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9월 8일] 패니매·프레디맥 구제금융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시작된 국제 금융위기가 2년째로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미국 연방정부는 마침내 주택담보 대출시장에서 중추적 역할을 해온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경영에 직접 개입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정부는 이들 두 금융기관이 발행했거나 보증을 선 채권들을 보증하고 이 두 회사에 수백억달러의 신규 자본금을 투자하기로 방향을 잡았다. 얼마 전에 미 의회가 미국정부에 이런 권한을 부여한 새 법률을 통과시켰을 때 지금 같은 시나리오를 염두에 뒀다는 점을 전문가들은 예견했었다. 사실 두 기관의 모호한 지배구조는 언젠가는 분명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였다. 대공황 시절인 지난 1938년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주택담보채권 시장에 유동성 공급을 목적으로 새워진 패니매는 처음에는 미국 정부기관으로 출발했다. 그러다가 민영화의 물결을 타고 1968년 민간 기업으로 변신했으며 경쟁체제를 도입하기 위해 1970년에 동종 업체인 프레디맥을 민간 기업 형태로 새로 출발시켰다. 두 회사는 국가적 정책 목표인 주택공급에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이들 회사의 궁극적 신용보증을 미국 정부가 묵시적으로 약속하는 공공기관형 사기업(GSEㆍgovernment-sponsored enterprise)으로 존재했으며 국제 투자자들도 그렇게 취급해왔다. 따라서 비록 민간 기업이지만 두 금융기관이 발행하거나 보증한 채권은 미국 국채에 버금가는 최상위 신용등급을 향유하는 특권을 누려왔다. 이 회사 채권들은 최상의 신용등급이지만 이자율은 미국 국채보다 더 높아 1960년대 말 이후 세계은행을 비롯, 유수의 국제 투자가들이 선호하는 투자 대상이었다. 지난 십 여년 동안에는 급증한 외환보유액을 지닌 중국ㆍ일본ㆍ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과 중동 산유국들도 대거 투자자들로 합세했다. 이 두 금융기관들이 발행하거나 보증한 채권의 규모는 5조3,000억달러로 5조1000억달러 규모인 미국 국채시장보다 크고 유동성도 월등하기 때문에 여러 나라의 외환보유액 투자상품으로 크게 각광을 받아온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동안 이 두 금융기관과 경쟁하면서 주택담보부 채권을 발행해온 월가 은행들의 불만도 만만치 않았다. 한편으로는 GSE로 정부보증을 마음껏 누리며 훨씬 싼 이자로 돈을 빌려 사업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반독점적 지위를 이용해서 벌어들인 이익을 정부에 환원하지 않고 자기들과 자기 주주들만을 위해 사용하는 행태가 월가 은행들의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특히 두 금융기관 경영진의 과도한 보너스와 정치세력에 펼쳐온 막대한 로비 행태는 미국 언론들의 공격대상이 되기도 했다. 미국 정부의 묵시적 보증을 남용해 이익 극대화에만 집착한 나머지 결국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현재의 서브프라임 위기의 빌미를 줬다는 것이 월가의 비난이었다. 정부 보증을 누리는 공공기관의 성격을 띠면서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민간 기업으로 행동해온 이들 기관이 근본적인 지배구조 개혁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금융전문가들은 미국 정부가 나서 두 회사를 아예 국유화하든가 정부 보증을 청산하고 다른 월가 금융기관들처럼 순수 민간회사로 전환하든가 양자택일을 할 것을 요구해왔다. 예전처럼 모호하게 중간지점에 머물러 있기에는 최근의 금융시장 형편이 너무도 급박하게 돌아갔다. 주택시장이 침체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일부 언론과 해외 투자가들 사이에 미국 정부의 묵시적 보증을 얼마나 믿을 수 있겠느냐는 회의감이 확산되면서 최근 두 회사의 자금 조달능력이 현저하게 악화됐다. 따라서 미국 신규 주택금융의 70%를 제공하는 이 두 회사의 신용을 보다 확실히 정리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마침내 미국 정부는 이번에 직접 두 회사 경영에 참여해 최고 경영진을 교체하고 채권의 국가보증을 공식화하면서 직접 자본금 증자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이 회사들의 신규자금 동원능력이 강화돼 주택담보 대출이 보다 더 원활해지고 미국 주택시장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또 중국ㆍ일본ㆍ한국 등 해외 채권투자자의 우려를 완전 해소시키는 효과도 갖게 됐다. 결론적으로 미국 정부의 이번 개입이 1년 이상 지속돼온 서브프라임 금융위기의 귀결점이요, 국제금융위기 해결의 첫 실마리를 제공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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