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로펌 대표와의 '솔직토크'] 김응조 한결 대표변호사

“사람에 대한 투자가 성장 비결이죠”<br>지식향상 프로그램등 마련… 스타·전문변호사 적극 양성<br>외국 로펌과도 전략적 제휴… 해외자산운용 자문역량 강화




“보통 사람들은 병법 36계에 대해 얘기는 하지만, 정작 제1계에 대해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1계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법무법인 한결의 김응조 대표변호사와 첫 대면은 이렇게 시작됐다. ‘36계는 알아도 1계는….’ 답을 못해 곤란해 하는 기자의 심중을 간파한 듯 그는 곧바로 “병법의 제1계는 바로 ‘만천과해(瞞天過海)’”라고 설명했다. 만천과해. 글자 그대로 ‘하늘을 속이고 강을 건너다’는 뜻이다. 전쟁 중에 수많은 병사를 거느리고 바다를 건너게 되면 적군이 알게 되기 때문에, 도강을 할 수 있는 시기가 무르익기를 기다리지 않으면 안된다는 속뜻을 품고 있다. 김 대표는 “로펌은 공동주인이 있기 때문에 어떤 목표를 세우고 실행하는 것을 단기간에 하려면 어려움을 겪게 마련”이라며 “(구성원간) 공감대가 형성될 때까지 기다릴 줄 아는 게 제일 중요하다”며 만천과해의 중요성을 재강조했다. ◇운동권에서 로펌CEO가 되기까지= 그는 병법에 능하다. 변호사에게 병법이 무슨 필요가 있겠냐고 하겠지만, 병법은 그의 삶을 지탱하는 무기다. 그만큼 김 대표의 ‘과거’가 파란만장했다는 얘기일 수도 있겠다. 그는 1959년 경남 하동에서 6형제 중 막내로 태어났다. 늦둥이가 으레 그렇듯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했지만 집안 형편은 넉넉한 편이 못됐다. 하지만 그는 초등학교 6년 내내 반장을 놓친 경우가 없었다. 그만큼 어릴 때부터 리더십이 남달랐다. 그는 “영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 나오는 ‘엄석대’를 연상하면 될 것”이라며 “그 때 생각을 하면 지금도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고백했다. 영화속 ‘엄석대’는 수년간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강력한 카리스마로 친구들을 꼼짝 못하게 하는 인물로 나온다. 그러다 1977년 서울대에 입학하면서 그는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운동권 서클에 가입하면서 착실한 ‘반장’에서 유신정권에 반대하는 맹렬 ‘운동권’이 됐다. 그는 이때 지금의 아내도 만났다. 아내 역시 80년 서울대 총여학생회 회장을 지내면서 서울대 운동권을 주도했던 ‘골수’ 운동권이었다고 한다. 그는 “변호사로서 민주화를 위해 일하려면 저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이해해줄 사람과 결혼해야 겠다는 생각에 무조건 매달렸다”며 결국 5개월만에 일면식도 없던 그녀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했다며 흐믓한 표정이다. 그는 생사의 갈림길에 선 적도 있다. 2년전 암 진단을 받았을 때다. 당시에는 ‘나이 50도 못돼 죽는구나’며 체념도 했다. 그러나 아내의 도움으로 용기를 얻어 치료에 열중해 지금은 완전히 회복됐다. 그는 회복되자 마자 “한결은 어떻게 됐냐”며 곧바로 대표 자리로 복귀했다. 한결의 한 변호사는 “김 대표는 암 투병중에도 ‘한결’만 생각할 정도로 애착이 강했다”며 “그런 의지가 병마를 물리친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현재 ‘2살 인생’을 살고 있다고 한다. “2년 전 죽었다 되살아났으니 이제 두 살이 된 게 아니냐.” 그는 너무 행복해 보였다. ◇해외자산운용 등 블루오션 개척= 한결은 연예인들 사이에 엔터테인먼트 전문 로펌으로 잘 알려져 있다. ‘연예인 X 파일’ 사건 등 세간의 화제가 된 소송을 다수 맡으면서 유명세를 탔다. 수년전에는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오현경씨 사건도 맡은 적이 있다. 그러나 한결은 중소형 로펌으로는 드물게 M&A 자문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기업자문 분야 수입이 절반을 넘을 정도다. 김 대표 역시 “고객이 안고 있는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종합컨설팅사를 지향하고 있다”며 “수동적인 조언자가 아니라 기업의 업무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해주는 동반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해외자산운용 자문 부문에 강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김 대표는 “금융산업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해외자산운용 자문의 수요가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자산운용사들에게 질 높은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변호사 확충 등 많은 투자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네트워크도 우수= 한결도 국내 법률시장 개방에 대해서는 고민이 없지 않다. 김 대표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게 정답”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러면서도 “로펌의 경쟁력은 결국 사람”이라며 “내부적인 혁신을 통해 변호사들의 생산성을 높이는 게 관건”이라고 해답을 제시했다. 그는 해외 진출과 관련해서도 “직접 사무소를 내기 보다는 현지 로펌과 손을 잡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의 최대 목표는 고객 서비스의 최적화이지 현지화 그 자체는 아니다”라며 “각국의 법 체계나 법조인의 질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현지화를 위해 후진국에 사무소를 낸다 해도 실패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지적했다. 한결은 미국, 중국, 홍콩, 베트남 등 주요 거점의 현지 로펌들과 전략적 업무제휴를 체결한 상태다. 앞으로는 유학·연수 등 인적교류를 통해 현지 로펌과의 스킨십을 돈독히 할 계획이다. 법률 시장 개방이라는 거대한 도전을 앞둔 국내 로펌들은 대형화라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김 대표도 “솔직히 규모의 경쟁을 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고 있다”며 “현재의 생산성을 유지하고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만 있다면 타 로펌과의 합병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두 로펌간의 합병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수익배분 문제인데 한결은 공정하고 합리적인 파트너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타 로펌과의 합병이 크게 어렵지 않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자유스런 분위기에서 능률배가= 97년 7명의 변호사로 출발한 한결이 10년만에 중견 로펌으로 성장한 원동력은 무엇일까. 김 대표는 ‘사람에 대한 투자’를 첫번째 비결로 꼽았다. 한결은 지식향상 프로그램을 마련, 변호사들이 2가지 이상의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가 되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또 외부강연·출판 등을 적극 권유, 스타 변호사를 양성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그리고 한결은 ‘민주적인 의사소통’으로 유명하다. 한결의 분위기는 조용한 연구실 같은 여느 로펌과는 확연히 다르다. 사무실, 복도 어디에서나 변호사와 일반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토론하는 모습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마치 가족회의 같은 느낌마저 들 정도다. 변호사와 일반 직원이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는 모습도 한결에서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김 대표는 “대부분의 국내 로펌들은 치나치게 변호사 중심으로 운영될 뿐 일반 직원은 수동적인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일반 직원의 역할도 변호사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농담삼아 “너무 재미있게 지내서 그만 덜 재밌게 지내라고 말할 정도”라고 웃었다. ◇”마음의 거울을 보라”= 한결이 처음 만들어지게 된 것은 ‘전략적’이었다기 보다는 ‘동지’들을 규합하기 위한 차원이었다는 게 적합하다. 한결을 만든 변호사들의 면면을 보면 과거 군부독재 시절에 민주화 운동을 하던 사람들을 직간접으로 지원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김 대표를 포함해 송두환, 박성민, 백승헌, 조광희(영화사 봄 대표), 정연순(인권위)변호사. 이렇게 6명이다. 김 대표는 “김영삼 정권 출범 이후 군부독재 정권은 종식됐다. 그런 점에서 법률가들이 정치적인 운동을 지원하는게 아니라 전문성 갖는 운동을 해야 하지 않나 하는 뜻에서 6명의 뜻 합쳐져서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법조인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유연하고 자유로우면서도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소송을 다루다 보면 이분법적 논리에 빠질 수 있다며 항상 자신을 돌아볼 수 거울을 하나쯤 마음속에 품고 있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걸리버 여행기에서는 변호사란 직업을 돈을 벌기 위해 흰 것을 검다고 증명하는 기술을 배우는 사람으로 묘사한다”며 “좋은 변호사란 단순한 기술자가 아닌 세상을 통찰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의미있는 말을 남겼다.
■ 법무법인 한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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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기업 M&A자문 분야서 두각
법무법인 한결은 1997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의 송두환(현 헌법재판소 재판관)ㆍ박성민ㆍ김응조 변호사 등 6명이 설립했다. '민주적인 법조문화 창출'과 '한결같은 고객 서비스'를 기치로 내건 지 10여 년 만에 국내 변호사 41명, 미국 변호사 4명, 중국 변호사 1명, 공인회계사 1명 등 47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중견 로펌으로 성장했다. 특히 2005년 '연예인 X파일' 사건을 맡아 엔터테인먼트 전문 로펌으로 주목을 받았다. 현재 국내 주요 영화사의 60%가 한결의 자문을 받고 있다. 대일정밀ㆍ대농ㆍ청구ㆍ이트로닉스 등 다수 기업의 인수합병(M&A) 업무를 처리하면서 M&A 및 구조조정 부문에서도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았다. 'M&A를 알아야 경영할 수 있다' '중국투자를 위한 중국법 해설' 등 전문서적을 출간하기도 했다. 국내 유명 특허법인인 유미특허법인, 화인회계경영법인 등과의 업무제휴를 기반으로 고객에게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해외진출에도 적극적이다. 중국 베이징(北京)의 중륜금통법률사무소 등 해외 주요 도시에 위치한 대형 로펌들과 활발한 교류를 하고 있다.


김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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