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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칠성음료 '클라우드'
오리지널 그래비티 공법 적용… 원액 그대로의 진한 맛 자랑
●하이트진로 '퀸즈에일'
최상급 상면 효모로 차별화 부드러운 목 넘김·향 뛰어나
●오비맥주 '에일스톤'
맥즙 1.5배 이상 오래 끓여 풍부한 거품 잘 살려내
직장인 정지찬(38)씨는 주말 대형마트에 갈 때마다 맥주 진열대를 찾는다. 술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최근 국산 맥주 등 신제품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다양한 맥주를 고르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정 씨에겐 주말 저녁 '한잔의 여유'가 삶의 활력소이자, 한 주간 쌓인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일상이 됐다. 그는 "20대만 해도 맥주 종류가 한정돼 오비 아니면 하이트였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라거나 에일, 흑맥주 등으로 다양해지면서 대형마트 갈 때마다 어떤 상품을 고를 지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롯데주류의 맥주 시장 가세와 오비 맥주와 하이트진로 등 기존 강자의 신상품 출시로 국내 맥주의 면면이 한층 다양해지고 있다. 이들 제품이 내세우는 것은 새로워진 '맛'. 고급 원재료와 공법, 풍부한 거품, 등 각기 지닌 고유의 특성을 소비자에게 적극 호소하는 중이다. 특히 업체마다 "맥주는 과학이다"란 말이 나올 정도의 높은 기술력을 신제품에 쏟아부으면서 맥주 맛을 둘러싼 치열한 진검승부가 예상된다.
풍부한 맛을 앞세워 맛 전쟁에 뛰어든 대표적인 곳은 롯데칠성음료다. 지난달 22일 첫 맥주 제품인 '클라우드(Kloud)'를 출시하면서 맥주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롯데칠성음료가 클라우드를 선보이며 강조하고 있는 부분은 풍부한 거품과 맛. 맥주 발효 후 원액에 물을 섞지 않고 발효액 그대로 맥주를 만드는 오리지널 그래비티(Original Gravity) 공법을 사용해 깊고 풍부한 맛을 자랑한다. 차별화된 원재료도 클라우드가 가진 강점. 독일 최고급 품질의 호프 '허스부르크'와 체코산 호프 '사즈' 등 2종을 조합했다. 또 호프를 제조과정에서 한 번이 아닌 세 차례 나눠 넣는 멀티 호핑 시스템으로 맥주의 풍미를 극대화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오리지널 그래비티 공법으로 맥주를 생산하기 위해 독일 설비를 들여와 충북 충주에 지난해 12월 연간 생산량 5만㎘ 규모의 공장을 완공했다"며 "카프리나 버드와이저 등 프리미엄 맥주들과 경쟁에 나서면서 가격도 7~8% 낮췄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클라우드가 프리미엄 맥주인 만큼 주요 타깃은 고품질의 맥주를 선호하는 마니아층"이라며 "보다 많은 소비자에게 최고 품질의 클라우드를 선보이기 위해 7,000억원을 투자해 2017년까지 연간 생산량 50만㎘ 규모의 공장을 완공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클라우드가 차별화된 제조공법으로 승부수를 던졌다면 하이트진로의 '퀸즈에일'은 건강한 효모를 전면에 내세웠다. 최상의 상면 효모를 찾아 에일 맥주를 출시하기까지 연구에 쏟은 기간만 2만6,000시간(3년)으로 60명의 연구진이 150회의 시음 테스트를 실시했다. 연구원들이 시음하면서 마신 맥주량만 12t에 이를 정도. 18~25도 발효 온도란 최적 발효 조건 아래 지난해 9월 선보인 퀸즈에일은 옅은 갈색을 띠고 있는 페일 에일로, 부드러운 목 넘김과 에일맥주 특유의 향 등이 소비자 마음을 흔들어 놓고 있다. 출시 후 3월까지 소매시장에서 7,800상자가 팔렸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경쟁회사 신제품 출시로 에일맥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난달 판매량이 3월보다 30% 증가했다"며 "고급 음식점은 물론 맥주 전문점 등으로 판매채널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오비맥주가 지난 3월 선보인 에일 맥주 '에일스톤'은 진하고 부드러운 맛이 강점이다. 에일스톤 브라운 에일의 경우 노블 홉과 페일 몰트를 사용해 좋은 원료로 맛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기존 맥주 공정보다 맥즙을 1.5배 이상 오래 끊이는 LTBT(Long Time Boiling Technology) 공법을 활용해 노블 홉의 향을 최적화했다. 에일스톤 블랙에일은 블랙 몰트와 펠렛 홉을 사용한 흑맥주로, 고온 담금방식인 HTMI(High Temperature Mashing-In) 공법으로 제조해 풍부한 거품을 구현했다. 매혹적인 향과 거품 등으로 "맛이 뛰어나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출시 8일 만에 35만병이 팔리는 등 돌풍을 일으켰다.
이같은 토종 맥주의 반격에 외국산 맥주의 인기도 다소 시들해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들어 외국산 맥주 수입액은 2,082만1,000달러. 3월 수입액은 730만7,000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594만9,000달러)보다 22.83% 늘었다. 하지만 월별로는 지난 해 7월 이후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작년 7월 수입액은 1,025만6,000달러였으나 올들어서는 600만~700만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맥주 업계 관계자는 "맛을 앞세운 국산 맥주가 연이어 출시되면서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수입 맥주의 치솟던 인기가 차츰 사그라지고 있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이어 "종류는 물론 맛과 향, 거품 등 품질도 향상되고 있다는 점이 맥주 업계는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도 긍정적"이라며 "토종 맥주를 수출해 미국이나 유럽에서 마시는 날도 먼 훗날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