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가격의 하락세는 침체일로에 있는 우리 경제에 다소나마 숨통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내년 경기가 더 안 좋을 것이란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기에 더욱 그렇다.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는 어제 63.76달러로 마감, 7일째 하락세를 이어가며 지난 5월22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두달 전의 최고치 78.40달러에 비해 무려 19%나 떨어진 것이다. 국내도입 원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두바이유도 7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국제원자재가격 지표인 로이터CRB지수가 13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데서 보듯 구리ㆍ금ㆍ니켈 등의 가격도 내리막길이다.
유가 하락은 미국의 성장률둔화와 중국의 긴축기조로 인한 세계경기 동반침체 우려, 이란 핵 문제 해결 가능성 등에 따른 수급불안 해소 전망이 큰 원인이다. 여기다 그동안 시장을 흔들었던 핫머니가 대거 이탈하면서 하락세를 부추긴 것으로 해석된다.
원자재가 안정은 우리경제의 기력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다. 고유가는 환율하락과 함께 우리경제의 대표적 외부 악재였다. 제품원가 부담 증가로 수출 채산성이 떨어져 기업의 실적 및 경상수지가 나빠졌다. 많이 수출해도 남는 게 없다 보니 국민총소득이 늘지 않고 이는 소비위축과 체감경기 악화로 이어졌다. 원자재가 하락은 그동안 세계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던 인플레 우려도 상당히 덜게 해줄 것이다. 결국 우리 수출환경이 그만큼 좋아지는 셈이다.
그러나 원자재가 하락을 반기되 긴장을 늦춰서는 안될 일이다. 일각에서는 2001년 이후 계속돼온 ‘원자재랠리’가 막을 내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지만 상황반전의 가능성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산유국의 감산 가능성과 함께 ‘화약고’라는 별명처럼 중동정세는 언제 어떻게 폭발할지 알 수 없으며 자원 민족주의도 확산추세다.
원자재시장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전천후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과 생산성 향상을 통한 고부가제품 개발노력과 함께 해외자원 및 대체에너지 개발, 에너지 다소비 산업구조의 개편 등을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