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광둥성 선전과 쓰촨성 청두의 공장 노동자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10여명이 잇달아 투신 자살해 충격을 주었고 올 들어 2월에는 미국 노동감시기관인 공정노동위원회의 현장 조사를 받기도 했다. 지난 10월초 국경절에는 애플의 '아이폰 5'를 생산하는 허난성 정저우의 노동자 4,000여명이 파업 시위를 벌이는 등 팍스콘은 노사 분규의 화약고라는 오명이 붙어 다닌다.
중국 사회와 언론의 팍스콘 조명은 중국이 처한 시대적 개혁 과제와 맞닿아 있다. 중국경제의 앞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기존 수출 주도형에서 내수 중심으로의 성장 모델 전환이 필수적이고 이를 위해서는 성장의 파이를 공정하게 나눠주는 방식으로 노사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내달 18차 공산당 대표대회의 핵심 의제중 하나가 사회 소득분배 개혁인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 중국 유력 주간지 경제관찰보는 최신호에서 팍스콘 정저우 공장 현장 취재를 통해 노사 불안의 구조적 원인을 조명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10만명의 근로자가 있는 정저우 공장은 지난 9월말부터 세계적으로 판매 개시에 들어간 애플의 아이폰 5를 생산하고 있고 지난 국경절에 파업이 일어났던 곳이다. 이 주간지는 정저우의 품질관리 노동자 2명의 사례를 통해 팍스콘이 품질 제고라는 미명하에 만들어 놓은 노동자와 노동자간 감시 구조가 사업장내 폭력과 파업 사태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입사 7개월된 현장 품질관리 노동자 리루이(가명ㆍ20)와 왕징(가명ㆍ19)씨는 근무 경력 1년이 채 안됐지만 벌써 고참이다. 90년대생이 대부분인 이 곳 공장에서 리씨와 왕씨가 하는 일은 또래의 생산 라인 근로자들이 근무 규정에 따라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감시ㆍ감독하는 것이다. 라인 근로자 100명당 2명의 이 같은 품질 관리 노동자들이 배치된다. 리씨는 "어떻게든 생산라인 근로자의 문제점을 체크해 상급 품질 관리 부서에 보고해야 한다"며 "문제가 있다는 보고를 하지 않을 경우에 일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으로 인식돼 어쩔 수 없이 라인 근로자의 문제점을 보고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이들 품질 관리 노동자들은 이같은 구조적 문제 때문에 생산 라인 근로자들로부터 상시적인 물리적 폭력 위협과 언어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고 이들은 말했다. 왕씨는 "한때 7~8명의 라인 근로자에 둘러싸여 집단 폭력을 당할 뻔 했지만 운 좋게 옆을 지나가던 직원들이 개입해 화를 모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국경절의 파업도 이들 품질 관리 노동자들이 또래의 라인 노동자들로부터 폭력 위협에 시달리는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라며 사측에 요구하며 발생된 것이었다. 왕씨는 "국경절 기간 동안 일부 품질 관리 노동자들은 공장 내부에서, 일부는 귀가하던 중 폭력을 당했다"고 말했다. 팍스콘측은 이에 대해 "파업 사태는 현장 근로자간 마찰에서 비롯됐다"며 사측의 문제는 없었다고 변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품질 관리 제고라는 명분 아래 근로자간 지나친 감시를 통해 갈등을 부추기는 억압적이고 착취적인 팍스콘의 행태가 노사 분규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북경대학의 루후이린 사회학과 교수는"팍스콘의 군대식 경영은 권익과 복지를 요구하는 신세대 노동자에 적합하지 않다"며"경영 관리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근로자 환경을 개선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팍스콘의 노사 분규는 계속해서 터질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