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에서 비정유 분야의 약진이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 등 주요 정유사들은 이같은 전망
을 바탕으로 비정유 사업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정유 업체들은 세계 불황에 따른 정유수요감소 등에 따라 올해 정유부문에서 낮은 수익을 기록했다. 이에 현대오일뱅크를 제외하면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은 모두 석유화학 분야의 영업이익이 정유사업의 영업이익을 압도하고 있다. 특히 에쓰오일의 경우 올해 들어 세 분기 누적 영업이익 5,485억원이 모두 석유화학 부문와 윤활유 부분에서 발생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내년 일본과 호주의 정유 시설이 폐쇄되면서 동북아 지역의 정유수급이 다소 개선될 것이라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다만 내년에도 미국 등 비중동 지역 원유 생산량이 늘고 이란, 이라크 원유 공급이 늘어나 실적개선은 더딜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에 정유업계는 내년 투자의 초점을 수익성이 확보된 비정유 사업에 맞추고 있다. 특히 파라자일렌(PX)의 경우 업계 투자가 집중되는 분야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삼성토탈이 내년 PX(파라자일렌) 공장 준공 등 PX사업 투자를 추진한다. SK에너지는 1조6,200억원을 들여 인천콤플렉스에 연산 130만의 PX설비를 내년 하반기까지 지을 계획이며 SK종합화학도 1조원을 들여 울산공장에 연산 100톤 규모의 PX설비를 내년 지을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다만 최근 인천시 동구청의 공장건설 중단요청, 증손회사 지분 보유 규제 등의 장애물을 극복해야 한다.
GS칼텍스 역시 총 1조원을 투자해 내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여수공장에 연산 100톤 규모의 PX공장을 짓고 있다. 삼성토탈은 현재 충남 대산에 짓고 있는 PX생산시설의 내년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최근 회사채를 발행하기도 했다. 이 공장은 총 투자금액이 1조6,600억원으로 올해 약 1조원이 투자됐으며 내년에 나머지 7,000원 가량이 투자된다.
정유사들이 거액을 들여 PX공장 증설에 나서는 이유는 중국 PX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들이 PX를 원료로 쓰는 고순도테레프탈레이트(PTA) 생산 공장을 증설하면서 본격적인 수요증가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일부에서는 국내 정유사와 중국 현지 업체들의 PX 증설공장이 내년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가면서 공급이 느는데다 중국 경기가 부진해 올해와 같은 PX호황은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업체들은 PX를 제외한 투자에도 나서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화학사업 외에 석유개발(E&P) 부문에서 신규광구개발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배터리와 전자신소재 투자도 이어질 전망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엑스티어'를 출시하며 윤활유 시장에 뛰어든데 이어 내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충남 대산에 3만3,000㎡ 부지에 윤활기유 합작공장을 짓는다. 아울러 롯데케미칼과 손잡고 파라자일렌의 원료가 되는 혼합자일렌 공장 건설에 함께 1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에쓰오일 역시 8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내년 초 발표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화학사업을 견인하는 요인은 PX시황의 강세인데 중국의 수요급증에 탄력을 받아 양호한 실적이 2010년 이후 지속되고 있다"며 "파라자일렌(PX)을 중심으로 화학사업이 수익을 지탱했는데, 내년도 이같은 양상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