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책 없는 공공도서관

장선화기자 <문화레저부>

“도서관에는 읽을 책이 없어 책을 가지고 도서관에 갑니다.” 집 근처에 공공도서관이 있지만 공부방이나 마찬가지로 돼버려 집에서 읽던 책을 들고 간다는 한 주부의 하소연이다. 지난해 중앙정부가 지원한 공공도서관의 도서구입비는 총 134억원.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은 현재 470개. 각 도서관에 배정되는 도서구입비는 지방자치단체의 상황에 따라 차이가 나 많은 곳이 약 6,000만원 정도. 이 같은 상황이면 한해 2만권 이상이 발간되는 새 책 중 절반도 구입할 수 없다. 정부는 지난해 말 이른바 한국형 뉴딜 정책으로 알려진 종합투자계획에 건설경기 연착륙을 위해 국공립 학교와 도서관을 더 짓겠다고 했다. 계획대로라면 올해 61개의 공공도서관이 더 들어선다. 하지만 올해 구체적인 도서구입예산이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의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도서구입비를 각 지자체로 업무를 이관해 전체적인 규모가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지자체의 재정상태에 따라 공공도서관의 지역차가 심화될 수밖에 없게 됐다. 여기에 지난해 말 공공도서관의 정책업무가 문화관광부에서 국립중앙도서관으로 이관됐다. 한 도서관 관계자는 “공공도서관은 문화부ㆍ교육인적자원부, 심지어 법무부 등 유관부서가 많아 의견조율이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1급인 국립중앙도서관장의 말이 설득력을 갖겠냐”면서 “지자체의 전문성 강화라는 명분이 책 없는 도서관의 공부방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항변했다. 21세기는 지식강국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다. 공공도서관은 국민들의 지식을 충족시켜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는 지식공장이자 지식형 인간을 키우는 교육기관의 역할을 해야 한다. 또 도서관은 지식산업을 대표하는 출판ㆍ인쇄 등 유관산업 발전의 중심에 있다. 공익적 성격이 짙은 공공도서관의 정책과 예산관리를 모두 지자체로 넘기게 되면 결국 재정자립도가 높은 수도권과 그렇지 못한 지방간의 지식과 교육의 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국민들의 지식함양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내실 있는 공공도서관 만들기보다 도서관의 숫자 늘리기에만 주력한다면 구시대적인 전시행정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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