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숙에서 밀월로`
국경분쟁으로 지난 반세기동안 적대적 관계였던 중국-인도간 관계가 최근 양국간 무역량이 급증하면서 경제적 필요에 의한 동반자 관계로 급진전 되고 있다.
지난 62년 국경 문제로 한바탕 전쟁을 치른 뒤 얼어붙은 양국 관계는 지난해 양국 정상이 조속한 국경 문제 해결 원칙에 합의하면서 급속히 가까워지고 있다. 양국의 이 같은 관계 개선은 특히 인도가 7~8%대의 성장을 지속시키기 위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면서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25일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에 따르면 10년전 1억달러에 불과하던 중국-인도 교역량은 올해말까지 50~75억달러, 내년엔 1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10년새 교역량이 100배로 늘어난 셈이다.
이처럼 양국간 무역량이 급증한 것은 주로 인도의 대중국 수출 증가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까지 만해도 대중국 무역에서 만성적자에 시달리던 인도는 올해 처음으로 중국과의 무역에서 흑자 전환을 달성했다. 2002년 인도는 대중국 무역에서 10억달러 이상의 적자를 기록했었다.
이에 따라 중국을 경계대상으로만 보아왔던 인도의 기업들도 중국을 기회의 땅으로 새롭게 인식, 중국 진출 러시를 이루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현재 인도의 대표적인 15개 정보기술(IT) 기업이 중국에 이전해 있으며, 이들은 지난해 인도 IT 수출액 100억달러 가운데 15%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상대적으로 유리한 노동력도 인도 기업들을 끌어들이는 주요 요인이다. 이와 관련 AWSJ는 해고조건이 까다로운 인도에 비해 중국의 노동시장이 상대적으로 유연하며 생산성도 훨씬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 신발 생산의 경우 인도 노동자의 하루 평균 생산량은 3켤레인 반면 중국 노동자는 11켤레로 생산성이 4배 가까이 높다는 것.
그렇다고 인도만 중국에 일방적으로 기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도 수출 상대로 인도가 중요하기는 마찬가지다. 실제 중국의 지난해 수출액 3,180억달러 가운데 20% 가까운 600억달러가 대(對)인도 수출분이었다.
한편 AWSJ는 인도가 올해 최대 8%정도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중국에 이은 아시아의 성장엔진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며, 인도 정부는 이 같은 쾌속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중국ㆍ미국 등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김창익기자 windo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