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가 연일 초강세를 보이는 한편 일본의 엔화는 연일 약세를 이어가면서 두 통화의 상반된 환율 흐름이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관건은 엔저에 따른 한국의 수출 타격이 불가피한 가운데 위안화 강세가 엔저 악재를 상쇄할 수 있을지 여부다. 그러나 최근 위안화의 강세는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통화의 강세를 이끌어가는 경향이 강해짐에 따라 한국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결국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해 엔저를 유도하는 일본은행과 국제시장에서의 입지를 키우기 위해 위안화 강세를 용인하는 인민은행의 서로 다른 통화정책 틈바구니에서 한국은 부담만 커져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CNBC에 따르면 중국 인민은행은 10일 달러·위안 기준환율을 전날보다 0.0016위안 낮은(위안화 가치 하락) 6.1114위안으로 고시했다. 장중 위안화 가치는 달러당 6.0703위안을 기록, 중국이 관리변동 환율제를 도입한 1993년 이래 20년 만에 최고치를 연일 기록했다. 달러화에 대한 위안화 가치는 올해 들어 2.6% 상승, 올해 들어 가장 '잘나가는' 아시아 통화로 꼽힌다. 지난 2005년 환율개혁 이후로는 무려 36% 절상된 수준이다.
이날 위안화 강세는 앞서 발표된 중국의 무역수지가 예상 밖의 대규모 흑자를 기록한 데 따른 것이지만 기본적으로는 경제에 자신감이 붙은 인민은행이 환시 개입을 자제하며 절상을 용인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런던 소재 캐피털이코노믹스의 마크 윌리엄스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중국의 무역흑자 확대로 위안화 절상 압박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면서 "다음에 나올 중요한 중국의 개혁은 환율변동 허용폭 확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고금리를 겨냥한 자금 유입도 급증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해외에서 빌린 저금리 자금을 국내로 들여가는 중국 기업이 늘고 있다며 8~10월 중국 은행의 외화자금 매입이 1,000억달러에 육박해 이전 3개월의 1억9,300만달러 대비 5배가량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HSBC 홀딩스의 폴 매켈 아시아 외환리서치 책임자는 "중국 당국이 자금유입 압박 때문에 머지않아 위안화 추가 절상을 용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일본 엔화는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엔화 가치는 장중 달러당 103.40엔에 육박,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며 5월 기록했던 연중 저점인 103.74엔에 바짝 다가섰다. 내년 4월 소비세율 인상에 따른 경기 둔화를 상쇄하기 위해 일본은행이 추가 양적완화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되면서 상당수 글로벌 투자은행은 내년 엔·달러 환율이 110~120엔대까지 오를(엔화가치 하락)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로이터통신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본 기업의 3분의2는 내년 상반기 중 일본은행이 2차 금융완화, 이른바 'JQE2'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기대감은 엔화의 해외 유출을 유도하며 추가 엔저를 부추기고 있다. WSJ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 투자가들은 엔화 추가 약세에 대한 기대감에 해외 채권을 2조6,000억엔(250억달러)어치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헤지펀드에 더해 일본 국내 투자자들의 '엑소더스'가 이어지면서 엔화가치는 연일 초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한국이다. 엔화 약세가 한국 경제에 부담이 되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하지만 외환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위안화 강세가 한국 수출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통념과 달리 중국의 통화가치 절상도 한국에 별다른 이익을 주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엔저에 따른 피해를 상쇄할 길이 사실상 막혔다는 얘기다.
정경팔 외환선물 시장분석팀장은 "위안화가 강세를 보이면 아시아통화도 대체로 따라가기 마련"이라며 "원화가 위안화의 상승 흐름을 따라가는 형국이라 속도 차이가 약간 날 수는 있어도 환차익을 통한 이익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 들어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가 2.6% 오르는 사이 한국 원화 가치는 1.72% 올라 위안화의 움직임을 답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안화 강세가 이렇다 할 호재로 작용하지 못하는 반면 엔화 약세는 한국 경제에 뚜렷한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들어 엔화 가치가 약 20% 하락하면서 대일 수출은 두드러진 감소세를 보인다. 최근 3개월 사이 대일 수출 증가율은 9월 -1.6%, 10월 -8.9%, 11월 -6.4%로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원화 강세로 수출기업의 채산성이 나빠진 데는 이론이 없다"면서 "엔저 효과로 실제 수출이 줄었는지에 대해서는 해석이 엇갈리지만 장기적으로 불리해지는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