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월가 리포트] '유가 오르면 달러화 하락' 통설 무너지자 투자자들 당황

유럽 채무위기 지속에 美회복 기대감 커지며 달러화 가치도 상승세<br>석유선물 비중 축소 등 헤지펀드 부산한 움직임


일반적으로 유가와 달러화의 가치는 반대로 움직인다는 것은 하나의 공식처럼 받아 들여지고 있다. 많은 월가의 투자자들은 달러화의 가치 변동을 석유 선물을 거래와 연동해 투자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최근들어 이 같은 유가와 달러화 가치의 움직임에 대한 통설이 무너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투자자들도 혼란을 겪고 있다.

지난해 12월 이후 이란의 핵 문제가 불거지고, 중동지역에서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원유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태다. 이 기간 미국의 서부텍사스산(WTI) 원유의 가격은 12% 정도 올랐다.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화의 가치도 4.8% 상승했다. 미국 유가와 달러화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달러화 가치가 상승한 것은 유로존(유로화 사용국)이 채무위기로 불안감이 고조되는 반면 미국 경제는 회복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달러화 가치가 상승하면 달러화로 표시된 유가의 가격을 비싸게 만들게 되고 이로 인해 수요 감소가 일어나고, 유가는 떨어지는 게 통상적인 흐름이다. 하지만 유로존 위기 등의 다른 요인이 작용하면서 지금은 반대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월가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유가와 달러화의 상관관계는 최고 마이너스 0.9까지 올라갔고 대부분 마이너스의 관계를 유지해왔다. 마이너스 1은 두 변수가 완전히 역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을 의미하며, 1은 완전히 같은 방향, 0은 상관관계가 없음을 의미한다. 반면 지난해 12월 이후에는 유가와 달러화의 상관관계가 0.3으로 이는 상당히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달러화와 브렌트유의 상관관계도 지난해 6월 마이너스 0.8이었지만, 최근에는 마이너스 0.3으로 약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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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인 어게인 캐피탈의 존 킬도프는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와의 인터뷰에서 "오랫동안 매일 달러화 가치를 체크해 석유선물 거래에 반영했는데 이젠 변화를 줘야 할 시기가 된 것 같다" 고 말했다. 그의 회사는 석유선물에 대한 투자를 종전에 비해 20%나 줄였다.

지난 2009년과 2010년 사이에도 이처럼 두 변수의 상관관계가 깨진 적이 있었다. 당시 투자자들은 경기 회복으로 상품 수요 역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고, 상품 가격과 달러화의 가치는 나란히 상승했다. 그러나 2010년 중반 유로존의 채무위기가 불거지면서 달러화는 안전자산으로 각광받은 반면, 유럽의 경기침체에 따라 상품가격은 하락하면서 두 변수는 엇갈린 방향으로 움직였다.

일부 투자자들은 지금의 유가-달러 동조화 현상이 조만간 해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i브로커리지 회사인 아이아이트레이드의 리치 일리치진은 "지금의 상황은 비정상적으로 자정기능을 통해 정상으로 회귀할 것"이라며 "이란 사태가 해결쪽으로 가닥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러한 역 디커플링이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란 핵 문제가 쉽사리 종결되지 않으면서 유가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유로존의 위기도 어떻게 전개될 지 여전히 예측하기 어렵다. 또 달러화 가치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유로존의 채무위기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월가 투자은행들도 유가 전망치를 속속 올리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WTI를 기준으로 6개월 내에 배럴당 115달러, 1년내에는 123.50달러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JP모건도 지난달말 미국 경기 회복 등을 근거로 올해 브렌트유가에 대한 전망치를 120달러에서 135달러로 상향조정한 바 있다. JP모건은 당시 "앞으로 12~24개월을 볼 때 경제적 모멘텀이 커지면서 유가 상승을 촉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이란이 OECD에 원유 수출을 중단한다면 유가가 20~30%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이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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