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상표 도용대책 시급하다(사설)

우리나라는 한때 선진국들의 유명상표를 모방하는 대표적인 나라로 꼽혀 국제사회에서 지탄을 받은 적이 있다. 이젠 거꾸로 우리기업들의 상표가 세계 곳곳에서 도용당하는 상황이 됐으니 가히 격세지감이다.특허청은 우리기업들의 산업재산권이 국제적으로 도둑 맞고 있는 사례를 발표, 주목을 끌고 있다. 특허청의 조사 결과를 보면 산재권도난으로 인한 피해는 생각보다 엄청나다. 지난 90년이후 우리나라는 46개업체의 산재권이 28개국에서 73건이나 침해당했다. 나라별로는 중국의 23건을 포함, 아시아국가가 전체의 61.6%를 차지했으며 다음으로는 멕시코·아르헨티나·칠레·페루 등 중남미 개도국이 23%로 나타났다. 유럽과 미국에서도 각각 5.5%, 4.1%를 도용당했다. 침해의 형태는 상표가 63건(86.3%)으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이 의장 6건(8.2%), 특허 4건(5.5%)의 순이다. 품목별로는 화장품·의류·주류 등 소비성 소비재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전자·자동차·기계 등 내구성 소비재도 상당부분 차지했다. 특허청의 이번 조사는 산재권다출원 3백대기업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만을 상대로 한 것이어서 피해사례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피해에 대해 우리기업들은 23.3%만이 변호사를 통해 법적대응을 했으며 이의제기나 개별협상을 추진한 업체도 20.5%나 됐다. 나머지는 아예 대응을 포기했다. 산재권은 광범위한 의미에서 지적재산권의 하나다. 이 지적재산권은 지금 국제적으로 보호되고 있으며 침해를 받으면 구제를 받도록 돼있다. 한국은 한때해외에서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를 모방하거나 유명작가의 작품을 무단번역, 대만과 더불어 「해적판 왕국」이라는 손가락질도 받았다. 이제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할 정도로 성장했다. 우리기업들도 세계를 상대로 경쟁을 하고 있으며 세계의 기업랭킹에 상당수가 올라있다. 그런데도 산재권을 도용당해 수출때마다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출립국을 선언한지 벌써 30여년이 넘었는데도 말이다. 그만큼 산재권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반증이다. 다행히 특허청은 적극적인 통상공세의 일환으로 「해외 지적재산권 애로 신고센터」를 설치 운영할 방침이라고 한다. 우리기업이 해외에서 겪고 있는 산재권관련 애로사항을 접수받아 해결방안을 적극 모색할 계획이다. 늦었지만 다행한 일이다. 권리는 저절로 보호되는 것이 아니다. 침해당하지 않도록 적극 행사해야 보호되는 것이다. 기업들도 정부에만 기댈 일이 아니라 기업생존권 차원에서 대처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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