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10월 6일] 서비스업에 기회 한·EU FTA

지난 2006년 5월 월마트가 한국시장에서의 철수를 공식 발표했다. 전세계 15개 국가에서 4,000억달러가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는 세계 최대 유통공룡이 한국에서 고배를 마신 것이다. 월마트가 국내시장에서 나오면서 영업권을 넘긴 곳은 다름아닌 한국 토종기업 이마트. 월마트 스스로 국내 기업과의 경쟁에서 완패를 자인한 셈이 됐다. 대외개방 늘릴수록 경쟁력 향상 국내 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린 것은 세계2위 유통기업 까르푸도 마찬가지였다. 월마트와 비슷한 시기에 까르푸도 실적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한국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1996년 유통서비스시장 개방 이후 국내 유통산업은 글로벌 기업의 '잔치판'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됐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국내 기업들은 외국의 선진유통기법을 적극 도입하면서 자체역량을 키워나갔다. 이에 만족하지 않고 한국 소비자들의 성향을 잘 읽어 신선식품을 높이거나 편의시설을 늘리는 등 지속적인 서비스 향상 노력으로 해외 업체와의 경쟁에 적극 대처했다. 그 결과 시장개방 10년 만에 외국 기업의 철수를 이끌어냈을 뿐만 아니라 중국ㆍ베트남 등 해외시장 진출을 활발히 추진할 만큼 글로벌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월마트와 까르푸 사례는 한ㆍEU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서비스시장 개방을 앞두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ㆍEU FTA가 발효되면 법률ㆍ회계 등 서비스 분야에서 유럽 기업들의 공세가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우리의 대응 여하에 따라 서비스시장 개방도 무조건 두려워할 것만은 아니라는 교훈을 주기 때문이다. 내년 7월1일부터 잠정 발효될 것으로 예상되는 유럽연합(EU)과의 FTA로 국내 서비스산업이 피해를 볼지 모른다는 우려가 큰 게 사실이다. EU는 서비스업의 국내총생산(GDP) 비중이 80%에 이르는 서비스 강국으로 우리는 EU와의 서비스교역에서 2004년 이후 해마다 적자를 기록해왔다. 서비스산업 경쟁력도 EU의 3분의2 수준에 불과하다. 유럽 서비스기업들은 경쟁력 우위를 바탕으로 한ㆍEU FTA를 한국시장 진출을 위한 절호의 기회로 인식하고 있다. 실제로 영국계 로펌사들은 국내에서 법률포럼을 개최하는 등 한국 법률서비스시장 진출을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쟁력이 취약한 분야를 개방하는 것은 일견 손해를 자초하는 일로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대외개방도가 높은 분야일수록 자유경쟁 풍토가 형성되면서 강한 경쟁력을 배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전이나 자동차 등 제조업 분야가 우리 경제의 주력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국내 기업들이 개방된 국내외 시장에서 전세계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키웠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문화산업도 마찬가지의 경우다. 일본에 문호를 개방한 지 12년이 지난 지금 우리 문화산업은 걱정했던 국내시장 잠식 대신 일본에 '한류'를 역수출할 정도의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우리 경제가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서비스업 발전이 필수다. 서비스업 선진화는 제조업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줄이고 수출과 내수의 균형발전으로 경제의 체질을 튼튼히 하는 첩경이다. '고용 없는 성장' 문제의 극복을 위해서도 일자리 창출효과가 큰 서비스산업 성장이 중요하다. 발목 잡았던 규제들도 풀어야 따라서 적극적인 대외개방으로 국내서비스산업의 역량을 키워나가야 한다. 이런 점에서 한ㆍEU FTA는 국내 서비스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한 차원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만을 기대하는 수동적인 자세로는 곤란하다. 업계 스스로 기업가정신을 바탕으로 시장개방을 경쟁력 제고의 기회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정부의 정책적 배려도 중요하다. 특히 그동안 서비스산업 발전에 발목을 잡아왔던 각종 규제들의 개선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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