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스쿨존이 안전 사각지대로

암사동 선사초교 100m 거리에 택시 주차지 생겨<br>"등하교 시간엔빙둘러가겠다" 택시 회사서 약속 내놨지만<br>학부모 "강제성 없어못믿겠다" 강동구청에 인가조치 반대 민원


서울 강동구 암사동 선사초등학교 4학년 딸을 둔 박모(41)씨는 얼마 전 학교 인근에 택시 회사와 함께 택시 주차지가 들어선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등하굣길 학부모들의 승용차만 군데군데 눈에 띄던 학교 정문 앞 좁은 길이 택시로 가득 차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학생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스쿨존이 오히려 안전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


30일 강동구청에 따르면 택시회사 대건운수는 지난 2월 강동구청으로부터 인가를 받아 4월 초 택시 주차지 공사를 완료했다. 79개의 주차면을 확보한 2,100㎡ 부지는 5월 초부터 대건운수의 택시 주차지로 활용될 예정이다.

문제는 이 주차지로부터 100m 거리에 선사초등학교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 더욱이 바로 옆에는 중장비와 대형화물차 주차장도 있다. 학부모들과 인근 아파트 부녀회는 발끈하고 나섰다. 최근 1,000여명의 학부모는 스쿨존 안전을 위해 택시 주차지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서명서를 제출했고 부녀회와 함께 구청의 인가 조치에 반대하는 민원을 제기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고지 위치를 볼 때 택시가 학교 정문을 거치지 않고 출입할 수 있는 길은 올림픽대로를 이용하는 방법뿐이다. 대건운수 측은 올림픽대로를 이용하고 학교 앞으로는 택시가 지나가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지켜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학부모들의 생각이다. 유류비를 아껴야 하는 택시들이 강남에서 영업할 때 왕복 6~7㎞를 돌아야 하는 올림픽대로를 이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택시가 지나는 학교 앞 도로는 정식 2차선 도로가 아닌 1차선 농로를 포장한 것에 불과해 택시가 몰릴 경우 안전사고의 위험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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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박씨는 "택시 회사 측에서는 택시 교대시간과 등하교 시간이 겹칠 경우 빙 둘러가는 한이 있더라도 학교 앞을 지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있지만 제대로 실행될지 의문"이라며 "어떤 강제사항도 없는 상황에서 택시회사 쪽의 자발적 노력 약속만 믿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스쿨존 제도는 초등학교 및 유치원 정문에서 반경 500m 이내의 통학로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교통안전 시설물 및 도로 부속물을 설치함으로써 학생들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조치다. 이 구역 내에서는 등하교시간에 자동차 통행을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고 자동차의 운행속도를 30㎞ 이내로 제한할 수 있는 등 제재도 가능하다.

학부모들과 택시 회사 간의 극렬한 대치에 강동구청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구청의 한 관계자는 "당초 택시회사가 아닌 개인이 주차장으로 허가를 낸 것으로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인가 취소는 불가능하다"면서도 "CCTV를 통해 택시가 학교 쪽으로 지나가는 게 확인될 경우 인가를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3월에는 부산시 해운대구의 한 초등학교 인근에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인근 주민과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행정안전부의 통계에 따르면 스쿨존 내 교통사고 건수는 ▦2007년 345건 ▦2008년 517건 ▦2009년 535건 ▦2010년 733건 ▦2011년 751건으로 계속 증가 추세에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나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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