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R 경영 속도전 나선다.’ 글로벌 경기불황 속에서 지난 1ㆍ4분기를 지낸 재계 최고경영자(CEO)들이 던진 화두는 ‘D(Designㆍ디자인), M(Marketingㆍ마케팅), R(R&Dㆍ연구개발) 경영’이다. CEO들은 앞다퉈 디자인ㆍ마케팅ㆍR&D 등을 핵심 키워드로 제시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는 위기대응에서 한발 더 나아가 환율하락 등 경영환경 변화 속에서 위기극복과 지속가능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DMR 경영’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디자인 경쟁력 강화를 무엇보다 강조하는 기업은 LG다. 구본무 회장은 최근 간담회에서 ‘디자인 LG’를 다시 주문했다. 그는 “통상적 수준의 디자인 개선으로는 고객에게 차별화된 감동을 제공할 수 없다”면서 “디테일에 혼을 불어넣어 제품의 완성도를 높여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역시 최근 들어 디자인 개선에 매진하고 있다. 이윤우 부회장 등 삼성 CEO들은 최근 해외사업장을 잇달아 방문해 디자인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직원들에게 심기일전을 당부했다. 마케팅도 다시 공격적으로 바뀌고 있다. CEO들은 1ㆍ4분기만 해도 비용절감을 위해 소극적 마케팅 전략을 구사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시장점유율을 될 수 있는 데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목표 아래 공격적 전략으로 궤도를 수정해나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마케팅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삼성전자는 최근 고소득층이 주로 이용하는 크루즈선에 자사 제품을 공급하는 등 삼성전자 제품이 검증된 제품임을 더욱 부각시키는 전략을 채택해나가고 있다. LG전자는 미국시장 공략을 위해 ‘섬싱 베터(Something Better)’라는 새로운 콘셉트를 도입해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통해 휴대폰ㆍ가전제품 등 어느 제품이건 정형화된 상품 그 이상의 가치를 추구한다는 LG전자의 브랜드 철학을 미국시장에 전파할 전략을 세웠다. 현대ㆍ기아차도 공격적 마케팅을 통한 미국시장 공략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차는 우선 제너럴모터스(GM)가 광고를 내린 뉴욕 42번가 타임스퀘어에 현대차 간판을 올릴지 검토하고 있다. 기아차도 현재 캐나다에서 실시하고 있는 실직시 차를 되사주는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을 미국으로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 먹거리를 위한 R&D 투자도 CEO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핵심 관심사다. 디자인과 마케팅을 잘해 상품을 팔아도 R&D 투자를 통한 신기술 개발 없이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보장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CEO들은 ‘R&D=회사 생존’을 거론하며 기술경영을 목소리 높여 강조하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은 최근 “R&D과 기술에 SK의 미래가 달려 있다”며 SK의 변신을 주도하고 있다. 권오현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도 “매출의 10% 이상을 반도체 R&D에 투자, 경쟁사와 기술격차를 유지해나가겠다”며 R&D를 한층 강화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1ㆍ4분기 실적만 봐도 삼성전자가 R&D 비용으로 1조6,000억원, LG전자 4,210억원, 현대자동차가 2,401억원을 지출하기도 했다. 이 같은 금액은 같은 분기 시설투자 금액과 차이가 없거나 많은 액수다. 신형원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불황 이후 전개될 글로벌 경쟁구도를 선제적으로 예측하고 전략적 위치를 선점해야 한다”며 “적극적 마케팅과 신성장동력 확보가 무척 중요하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