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노무현 대통령 신년연설 어떤 내용 담았나

'양극화 해소' 공감대 만들기<br>위기요인 거론했지만 구체적 해법 없어<br>내달 25일 미래구상서 '빅카드' 꺼낼 듯

노무현 대통령의 신년 연설에서는 ‘깜짝 놀랄만한’ 제안은 없었다. 원래 대통령의 신년 연설은 그 해 국정운영 방향을 국민들에게 직접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자리이지만 이날 연설은 국정전반에 대한 설명이라기 보다는 양극화라는 특정 주제에 치우친 감이 없지 않다. ‘책임 있는 자세로 미래를 대비합시다’라는 주제에서도 알 수 있듯 이번 연설은 미래위기 요인인 ‘양극화 연설’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정치 현안은 언급이 없었고 당면한 과제인 북핵 문제를 포함한 외교안보 정책방향도 제외됐다. 이날 연설은 사회갈등 요인인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일자리 창출에 매진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또 국민통합을 위해 사회각계 각층의 타협과 상생의 결단도 촉구했다. 노 대통령은 연설에서 양극화의 실태와 원인을 설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노 대통령은 그 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양극화가 심화될 경우 국민통합을 위협할 수 있고, 미래의 위기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노 대통령이 듣기에 따라서는 다소 진부한 듯한 내용을 신년 연설이라는 상징성이 강한 자리에서 장황하게 설명한 이유는 무엇일까. 2월25일 즈음 발표할 ‘미래구상’에 앞서 분위기 띄우기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다음 수순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 성격이 짙다는 시각이다. 양극화문제의 심각성과 해법 마련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자는 취지다. 문제는 다음 수순이다. 노 대통령은 양극화 해법으로 일자리창출을 제시했으나 처방은 다소 빈약하다. 노 대통령은 대책으로 안정적으로 경기를 관리하고 중소기업ㆍ서비스산업 육성을 통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그러나 결국은 재원마련의 문제로 귀결된다. 재원은 정치권의 동의 없이는 마련할 수 없다. 노 대통령은 지난 4일 경제인 신년 인사회에서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양극화와 관련 “정부의 재정 개입에 의한 재분배 부분도 지금으로는 좀 부족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면서도 “이는 함부로 손 댈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아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이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기존의 생각을 뛰어넘는 발상이 전환이 필요하다”며 “대통령과 정치권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언급된 ‘대통령의 결단’에 대해서는 탈당 등 구구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노 대통령의 양극화 매진 의지가 정치적으로 개혁 세력을 비롯한 지지층의 결집 효과를 노린 정치적 선택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잔여 임기 중 외견상 특정 정파와 거리를 둘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양극화 해소를 위한 재원마련에는 필수적으로 증세카드가 동원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곧 선거에서의 패배를 의미한다. 표를 의식할 수 밖에 없는 정치권의 요구와 노 대통령의 ‘미래 구상’간 모순이 발생하는 셈이다. 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출입기자들과의 산행 때 재정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연방부가가치세를 도입했다가 정치적으로 참패한 멀로니 캐나다 총리에 대해 “당을 버리고 나라를 구했다”고 격찬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노 대통령이 집권 4년차 즈음 제시한다는 ‘미래구상’ 발언도 이때 나왔다. 미래구상은 앞으로 다가올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시스템’을 제시하는 것으로 고갈위기에 처한 국민연금, 저출산ㆍ고령화로 인한 잠재성장력 훼손, 양극화로 인한 사회갈등 등에 대한 해법이 담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날 연설에서 노 대통령이 부동산ㆍ사교육비 해결 의지를 밝히고 사회 안전망 확충방안, 고령화ㆍ저출산 대책 등에 대해서도 설명한 것도 미래구상에 대한 여론 몰이로 해석되고 있다. 아무튼 노 대통령은 ‘역발상을 통해 집권에 성공했다’고 스스로 밝혔듯이 정파적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은 ‘미래구상’의 제시가 지지층을 결집하고 개혁세력의 재집권에 한발 다가가는 ‘역설적 선택’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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