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23일 발표한 방안에는 예상대로 순환출자 제한이 들어갔고 여기에 대기업 총수의 경제범죄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들이 담겼다.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타깃을 대기업으로 잡았음을 확인하는 대목이다. 재벌에 대해 유난히 관용적인 법을 고치지 않고서는 시장경제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위기 상황에서 기업의 손과 발을 묶고 기업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해 어떤 관용도 없다는 원칙을 내세웠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부작용들이 예상된다.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은 '경제민주화실천모임 활동 경과보고'에서 경제력 남용 방지를 위해 경제범죄 처벌 강화를 '1호 법안'으로 추진할 것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감형을 통한 집행유예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 업무상 배임ㆍ횡령 처벌의 최소기준을 7년 이상으로 올렸다. 현재는 3년 이상 또는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정해져 수십억, 수백억대 횡령을 하더라도 법원이 형기를 2분의1 줄여주면 3년 이하로 형기가 떨어져 집행유예로 풀려 나오는 게 가능하다.
순환출자제한 역시 재벌들의 무소불위 권력에 제동을 거는 대표적인 법안이다. 순환출자는 일반적으로 A→B→C→A처럼 연쇄적으로 출자가 이뤄지는 것으로 C가 A의 지분을 매입하면 A는 결과적으로 자본투입이나 실물투타 없이 B와 C를 지배하게 된다. 소액의 자본금으로 전체 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모임은 순환출자가 현재 공정거래법이 제한하는 상호출자와 다를 바 없는 만큼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는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한편 기존 순환출자에 대해서도 의결권을 제한할 계획이다.
재계는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순환출자마저 제한할 경우 경영권 방어를 위해 지분을 사들여야 하기 때문에 기업의 투자활동에 지장을 줄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경제범죄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것에 대해서도 정치적 목적을 가진 '재벌 때리기'가 아니냐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다만 기업들 역시 대기업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나 보유지분보다 과도한 경영권 행사에 대한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하고 있다. 재벌기업에 과도하게 집중된 경제력을 재조정해야 '경제민주화'를 이룰 수 있다는 사회적 기대감 역시 부담요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