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는 4일 '환율실험에 나선 북한'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북한 일반 시민들의 상품 거래에서조차 암거래시장 환율이 공식 환율을 제치고 광범위한 가격 기준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현재 북한 원화의 공식 환율은 달러당 96원이지만 시장에서는 통상 달러당 8,000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북한 일선 공무원의 월급은 평균 6,000원선으로 시장환율을 적용하면 1.3달러에 불과하다.
통신은 "북한 원화의 공식 환율은 자국 내에서조차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면서 "공식 환율로 가격이 쓰여 있다면 이는 달러나 위안만 받는다는 뜻이고 일반 서민들도 갈수록 시장환율에 근거해 상품값을 치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 원화의 고시가격이 외면 받는 것은 실제 가치와의 괴리가 갈수록 벌어지면서 교환가치로서의 기능을 상실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북한과 중국 국경에서 이뤄지는 무역의 90%가 위안화로 결제되고 있다. 이는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교환 가능한 통화'의 수요가 높아지며 고시환율을 뿌리내리도록 하려는 북한의 노력을 무위로 돌리고 있다.
'돈가뭄'에 시달리는 북한 당국 역시 생존을 위해 달러ㆍ위안을 한푼이라도 더 거둬들이자는 입장이어서 사실상 시장환율을 방치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실제 북한은 지난달 14개 특별경제구역(SEZs)을 새로 지정하면서 해외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경제특구 내의 시장환율 고시 및 거래를 허용했다.
통신은 "시장환율에 근거한 공무원 급여로는 담배 한 갑과 라이터 정도를 살 수 있다"며 "공식 급여와 비공식 가격의 큰 괴리가 시장경제화를 촉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정적인 직업이 있어도 '여분의 돈'이 있어야 살 수 있는 만큼 직업의 속박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여성들이 도시ㆍ농촌 등 전국 각지의 시장에서 가격지배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로이터는 "경제개혁을 가속화한다면 '김씨 왕조'와 무관한 중산층이 성장하게 될 것이라는 게 북한의 고민"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환 시스템을 수용하지 않고서는 지속 가능한 성장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