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금융위 "권한 분산땐 효율성 저하" 한은 "공동조사, 위기대응 한계"

[한은 단독조사권 논란]<br>금융위- 중복검사로 금융사 부담만 가중 행정부 분리 법논리에도 안맞아<br>한은- 권한없어 금융기관 협조 소극적 거시건전성 감독 위해서도 필요

금융감독원에 대한 개혁 요구가 거센 가운데 10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관 앞에 놓인 일단정지 푯말이 최근의 금감원의 모습을 반영하는 듯하다. /김주성기자


금융감독원의 금융회사 조사ㆍ검사권 독점을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독점'이 부패를 키웠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한국은행에 단독조사권을 줘 조사ㆍ감독권을 분산시키자는 목소리도 높다. 금감원은 할 말이 많지만 숨을 죽이고 있다. 괜히 자기 변호에 나섰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을까 우려해서다. 금감원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가 "감독의 효율성을 위해서는 금감원 같은 조직이 필수적(김석동 금융위원장)"이라며 동생 챙기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무능력한 금감원 덕에 어부지리를 얻은 곳이 한국은행이다. 겉으로는 담담하지만 속으로는 미소를 짓고 있다. 정치권에서 "금융감독에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도입해야 한다"며 한은에 단독조사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ㆍ금감원 "효율성 위해서는 감독권 집중해야"=금감원의 대변자로 나선 금융위의 논리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효율성 측면에서 금감원 같은 단일조직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한은까지 금융회사 검사권을 행사할 경우 중복검사로 금융회사의 업무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지금도 한은이 공동검사를 요구하면 다 들어주도록 돼 있고 한은이 원하면 제2금융권 관련 정보도 모두 제공하고 있다"면서 "감독은 금감원이 하고 한은은 통화신용정책의 독립성을 지키는 것이 역할"이라고 말했다. 양측은 지난 2009년 9월 정보공유 및 공동검사와 관련한 양해각서(MOU)를 맺어 금융회사에 관한 기초자료를 공유하고 있다. 금융위는 한발 더 나아가 금감원의 인력을 보강해야 한다는 주장도 편다. 저축은행 감독 부실이 인력부족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는 얘기다. 100여개의 저축은행을 20~30명의 금감원 직원이 감독하기에는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좀더 그럴 듯한 논리도 들고 나왔다. '헌법 위배'이다. "공권력은 행정부가 행사하는 것이 헌법상 3권분리의 원칙에 부합하는데 정부로부터의 독립을 외치는 한은이 조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법 논리상 맞지 않다(김 위원장)"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위가 '법 논리'를 내세우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의 경우 위헌 소지에도 두 차례나 연장했다. '이현령 비현령'이다. ◇한은 "공동조사만으로 위기대응 어렵다"=한은은 2008년 금융위기 후 금융기관에 대한 단독조사권의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현재도 금감원과의 공동조사가 가능하지만 서로 조사목적이 달라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한은이 금융기관의 자금조달 운영 형태나 금융 시스템 리스크 등에 주목한다면 금감원은 규정준수나 소비자 관련 상황을 체크해 업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한은 관계자는 "단독조사권이 없다 보니 일상적인 자료요구에도 금감원과 금융기관의 협조가 소극적"이라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금감원의 과민반응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은이 요구하는 것은 금감원이 공동조사를 거부할 경우에만 직접조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한적 단독조사권'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전가의 보도'인 외국의 사례도 들고 나온다. 2010년 6월 영국은 금융감독청(FSA)을 폐지하고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 총재에게 막강한 힘을 실어줬다. 영국 정부는 FSA를 쪼개 은행 규제감독은 BOE에 넘겼다. BOE는 금융정책위원회를 신설, 자산 버블을 막고 전반적인 금융안정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도 2010년 10월 금융개혁법을 통과시켜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금융감독 전권을 위임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거시건전성 감독의 중요성이 부각된 점도 한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금융권의 시스템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미시적 감독에 특화된 금감원보다는 한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통화신용정책만 담당하는 중앙은행은 한국과 일본ㆍ캐나다밖에 없다. 한국은행법을 포함해 중앙은행의 역할에 많은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한은도 금감원과 별다를 바가 없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금감원 관계자는 "외환위기 때 한은이 감독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해 한은에 속해 있던 은행감독원을 분리시킨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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