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마이골프] 임병호 골프사랑 여행사 대표

나는 66타를 세 번 쳐봤다. 얼마 전 18번 홀에서 OB를 내는 바람에 다시 66타를 친 것이 세 번째였다. 베스트 스코어 66타, 6홀 연속 버디, 한 라운드 최다 버디 11개, OB낸 후 홀 인원하여 파에 머무르고만 홀인 한 개, 구력 16년… 내 골프 기록들이다. 지난 88년 항공사 재직시절 필리핀 출장 가서 30분동안 현지 캐디에게 레슨을 받고 머리를 올렸으며 사흘동안 라운드하면서 103타의 기록을 세웠으니 이 또한 기록이라면 기록이다. 그러나 주위 사람들이 더 관심을 갖는 것은 내 골프 백 속의 아이언이다. 내 아이언은 8년 된 국내 F사 제품으로 지금은 중고시장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구형 모델이다. 이 채 때문에 요즘도 해프닝을 많이 겪는다. 캐디들은 티샷 전에 내 채를 보고 “오늘 토끼 잡으러 다녀야겠네요” 라고 말한다. 중고 채를 갓 마련해서 머리 올리러 온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처음 보는 동반자들은 “골동품으로 골프 치는 사람도 있네?”라고 했다가 골프가 끝난 후에는 “골동품이라서 이길 수가 없네”라고 말한다. 이 채를 갖고도 내가 골프를 잘 칠 수 있는 비결은 정말 단순하다. 첫째는 기초를 열심히 닦았다는 것이다. 88년 입문당시 두 달치 월급에 해당하는 거금을 들여 6개월분 레슨과 연습장을 등록했다. 그리고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연습했다. 출근 전 10박스, 점심시간에 5박스, 퇴근 후에 10박스… 하루에 25박스씩 연습을 한 것이다. 두 번째는 채에 대한 강력한 믿음이다. 지금도 신무기에 대한 유혹이 있지만 그럴 때마다 `당시에는 이 채도 비싼 것이었다. 또 바꾸는 것보다는 나를 클럽에 맞추어서 스윙 하더라도 계속 믿겠다`고 다짐한다. 연습과 채에 대한 믿음, 이 두 가지 단순함이 내 16년 골프를 지켜주는 가장 귀한 밑천이다. <김진영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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