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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발전은 무조건 보호만 하고 개별 업체에 지원자금만 쏟는다고 해서 절대 이뤄질 수 없습니다. 정부가 앞장서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과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17일 서울 대학로 한성대 에듀센터에서 만난 나도성(사진) 한성대 지식서비스&컨설팅대학원 연구원장(교수)은 중소업계 발전의 활로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렇게 강조했다. 그는 "시장 원리를 역행하는 정책만으로 지원하면 이는 중소기업에 오히려 독이 된다"며 "시장 원리 안에서 중소기업 스스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매커니즘 확립에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나 원장은 중소기업청 차장(1급) 출신으로 지난 2008년부터 한성대에 몸을 담고 있다. 낙하산 논란이 있는 산하기관장 등으로 가는 대신 중소기업 인력양성에 뜻을 세우고 대학에서 제2의 인생을 펼치고 있는 것. 중기청 시절에는 단행본을 출간, 지금은 고유명사처럼 돼버린 '중소기업 9988(기업 수의 99%, 고용의 88%가 중소기업이라는 뜻)'이라는 말을 처음 만들 정도로 중소업계에 애정을 쏟은 것으로 유명하다.
중소기업 임직원들의 역량을 끌어 올리는 것만이 실질적인 중기 지원이 될 수 있다는 게 나 원장의 철학. 한성대로 옮겨와 최고경영자(CEO)를 제외하고 오직 중소기업 임직원만을 위한 융합기술학과 과정을 대학원에 설치한 이유다. 융합기술학과 과정은 최근 정보기술(IT)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중기 업무의 모든 영역에 IT를 접목할 수 있는 지식을 전달하는 석사학위 프로그램이다.
나 원장은 "IT가 모든 분야에 접목되면서 기술융합이 중소기업에는 필수가 돼버렸다"며 "한성대 융합기술학과 과정이 정부와 학계가 현장을 기반으로 중기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첫 성공사례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학교에서 수업만 듣는 것은 큰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며 "융합 커뮤니티를 만들어 기업이 학과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임직원들이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경험을 실제 기업으로 돌아가 바로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나 원장은 특히 한성대 대학원 융합기술학과 과정과 같은 시도가 앞으로 정부 주도로 계속 확대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중소업계에 만연한 불공정 행위를 시정하는 것도 시급하지만 공정한 환경을 구축한다 하더라도 인력 향상을 통한 자생력을 길러주지 않으면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기업ㆍ대학ㆍ정부가 모두 공동체의식, 주인의식을 갖춰야 중소업계 전체가 발전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나 원장은 "공정한 시장을 설사 만들었다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환경에서는 중소기업에 우수 인력이 모이기 쉽지 않다"며 "중소기업을 어설픈 2등으로 남게 두는 게 아니라 작은 분야에서 각각 1등을 할 수 있게 만들어 대기업과도 당당히 인력 경쟁을 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또 "중기 정책은 개별 기업의 불만을 들어주는 수준이 아니라 중기ㆍ지원기관ㆍ대학 모두 공동체의식과 주인의식을 갖고 전체 구조를 혁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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