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정광화 표준과학硏 책임연구원

국내 진공기술 발전 토대 마련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7월 수상자로 선정된 정광화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진공 표준 및 측정 기술 분야의 국내 최고전문가로 평가된다. 특히 지난 99년부터 2003년까지 진행된 과학기술부 주관의 진공기술기반구축사업 책임자로서 국내에서 당시까지 측정되지 못했던 진공펌프ㆍ진공계측기ㆍ진공시스템 등 진공장비 17종 72개 항목에 대한 진공특성 평가기술을 개발하고 평가장치를 자체기술로 설계ㆍ제작해낸 점이 높은 점수를 얻었다. 진공(眞空ㆍvacuum)이란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이 비어 있는 공간. 그러나 현실적으로 입자가 전혀 없는 절대진공을 만들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때문에 실제로 진공은 주위 대기보다 압력이 낮은 공간을 의미한다. 진공의 정도를 결정하는 것은 공간에 들어 있는 기체분자의 밀도. 진공도가 높아짐에 따라 기체분자의 수가 적어지므로 압력이 낮아진다. 지표면의 대기압은 1.013×10⁵㎩(파스칼)로, 일상적인 용어로는 1,013h㎩(헥토(h)는 10²)이다. 이보다 높으면 고기압, 낮으면 저기압이라고 부른다. 기압차 때문에 발생하는 태풍의 내부는 950h㎩ 정도의 압력을 받는다. 지상으로부터 8,848m인 에베레스트산 정상은 압력이 지표대기압의 40%로 낮아진 저진공상태다. 이에 비해 우리별 1호가 있는 1,300㎞ 상공은 압력이 10⁻⁹㎩인 초고진공상태다. 정지위성 궤도인 3만6,000㎞ 상공에서는 압력 10⁻¹⁰㎩인 극고진공에 도달한다. 진공기술은 이미 진공청소기나 건조식품을 만드는 데 광범위하게 사용돼왔지만 최근 전자산업이 발전하면서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반도체의 경우 칩의 크기가 작아질수록 오염입자를 제거해야 할 필요성은 커진다. 보다 고진공상태가 요구된다는 의미다. 반도체 기판에 원하는 물질을 입히고 회로를 새기는 공정은 오염입자가 없는 진공상태에서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진공기술은 이미 기가급 반도체, 극미세 기술, 우주항공 등 21세기 국가 주력 과학산업의 핵심 원천기술로 간주되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주력산업으로 하는 우리나라는 연간 70억달러(2001년 기준, 세계시장의 8%)에 달하는 진공장비 및 부품시장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해왔다. 이는 독자적인 신공정 개발 등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진공기술 발전과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진공에서 사용되는 제품이나 부품의 성능ㆍ종합특성을 알아야 하나 기존에는 국내에서 이에 대한 측정조차 불가능했다. 신뢰성 있는 기술데이터 제공이 안되므로 기술축적도 안되고 국산 진공장비가 불신까지 받는 이유가 됐다. 정 박사팀의 이번 성과는 국내 진공기술ㆍ산업 발전의 기초 토대를 쌓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기술수요가 많은 72개 항목에 대해 진공도 10⁻⁹㎩급까지의 진공 핵심부품ㆍ재료 평가 및 진공 시스템ㆍ공정 진단에 필요한 종합 평가장치를 구축하고 평가기술을 개발했다. 99년 10월부터 2003년 10월까지 4년에 걸쳐 진행된 이번 진공기술기반구축사업 결과 구축된 장비와 개발된 평가기술로는 ▲진공펌프 분야에서 도달진공도 등 18개 항목 ▲진공계측기 분야에서 잔류기체 분석기 기체별 감도 등 21개 항목 ▲진공부품 분야에서 진공밸브의 유량계수 등 14개 항목 ▲진공재료 분야에서 재료의 탈기체 등 12개 항목 ▲진공공정 분야에서 플라즈마 균일도 등 8개 항목의 특성평가가 가능하게 됐다. 지난해 말부터는 오는 2007년까지를 예정으로 2단계 사업에도 착수했다. 이와 함께 시험 및 측정 데이터의 품질관리를 위해 ISO9001 인증을 획득했으며 관련 자료를 국제도량형총국(BIPM)과 아시아ㆍ태평양 측정 프로그램(APMP)의 측정능력표(CMC table)에 등재되도록 해 국제적 인정도 받았다. 개발된 기술은 학교나 기업ㆍ연구소 등에 확산되고 있다. 99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10회 이상의 산학연 교류회와 연 2회의 기술강습회를 통해 진공기술 정보를 보급했다. 지난 한해 동안만도 670여건의 진공특성시험 데이터가 반도체 업체, 가전업체, 디스플레이 장치업체, 휴대폰 부품 생산업체, 진공부품 업체 등 산업체와 연구소 등에 공급됐다.
■ 인터뷰 - "진공환경 청정도 향상 2단계 목표" 정광화 박사팀은 진공기술기반구축사업 2단계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2단계 사업의 목표는 질적 향상이라고 할 수 있다. 1단계에서는 초고진공 상태인 10⁻⁹㎩급까지 진공도를 높인 데 이어 올해 사업에서는 진공도뿐만 아니라 진공환경의 청정도(淸靜度)를 높일 계획이다. 정 박사는 "지난 사업의 목표가 진공도를 최대한 높이는 데 있었다면 2단계는 청정개념을 도입, 불순물 제거 등 진공환경의 각 입자들을 관련 산업의 필요에 맞춰 의도적으로 조절하는 데 羚횰÷?두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시작, 오는 2007년까지 진행될 2단계 진공기술기반구축사업에서는 10⁻¹¹㎩까지의 극고진공 및 초청정에 대한 평가ㆍ측정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관련 산업이 이미 나노기술(NT), 정보기술(IT) 및 우주기술(ST) 등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함에 따라 진공기술은 이를 앞서가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제는 진공도의 높고 낮음뿐만 아니라 진공환경의 청정도도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지금까지의 진공기술은 단순히 공간 안에 있는 기체분자 수를 줄이는 데만 치중했다"며 "하지만 좀더 나은 진공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진공장비 차체 또는 재료의 표면에 붙어 있는 기체분자 하나하나에 주목해야 한다"는 게 정 박사의 설명이다. 그는 그동안 정부나 기업들이 기초기술에 투자하지 않은 데 대해 상당한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은 반도체 생산량이 세계 1위임에도 반도체 생산공정에 필요한 대부분의 진공장비나 부품을 다른 나라들로부터 수입해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가 반도체를 생산하면 할수록 진공장비를 만드는 나라만 앉아서 돈을 버는 셈"이라며 "첨단 산업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그에 필요한 장비와 관련 기술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까지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던 정 박사는 여성 과학기술인의 활용에 대해 "지금까지는 기업의 활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일부 특정 분야에 여성 과학기술인이 몰린 면이 있다"며 "좀더 다양한 분야에 진출, 과학기술계의 주력으로 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