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소비위축, 재고증가가 겹치면서 기업자금난이 극심해져 부도가 급증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제조업 부도가 급격히 늘어나 우리 경제에 우려스러운 증세가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0월중 부도업체수는 1천1백43개로 올들어 최고를 기록했다. 하루 44개 업체가 부도로 경영위기를 맞은 것이다. 전국 어음부도율은 0.13%로 지난해 같은달의 0.17%보다는 적으나 올해 4월(0.15%) 이후 가장 높았다.
특히 가볍게 보아 넘길 수 없는 것은 제조업 부도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조업 부도업체수는 지난해 상반기 한달 평균 2백35개였으나 올 10월에는 5백7개로 늘었다. 전체 부도업체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연평균 25.4%에서 올 10월엔 44.4%로 높아졌다. 과거 부도가 서비스업과 건설업이 대종을 이루던 것과는 양상이 크게 달라진 것이다. 지난해 4·4분기부터 본격화한 경기하강의 주름살이 제조업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또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재고가 쌓이고 소비는 줄어 들며 경공업이 마이너스 성장을 함으로써 자금난이 심해지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제조업은 산업의 기둥이다. 중소제조업이 튼튼해야 산업과 경제가 단단해지게 마련이다. 중소제조업이 어렵다는 것은 산업 전체가 어둡다는 징후이고 앞으로의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신호이다.
부도율이 증가한다는 것은 곧 중소기업 정책이 겉돌고 있음을 뜻한다. 정부가 중소기업청을 신설하고 각종 지원정책을 발표했지만 중소기업은 별로 나아진 게 없이 여전히 자금난, 인력난, 판매난, 기술난을 애타게 호소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이 전시성 구호성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의 자금지원만 해도 대기업 편중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중소기업이 돈을 구하기란 여전히 하늘의 별따기여서 신기술, 신상품을 개발하고서도 도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금리를 내리기위해 지준인하를 했지만 총액대출한도의 축소로 결국 중소기업의 자금난은 더욱 어려워졌다.
대기업이 중소기업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요란스럽게 발표했지만 불황이 닥치자 현금결제를 줄이고 어음 기일을 늘렸다. 불황타격도 일차적으로 중소기업의 몫이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고유업종은 침해당할 대로 침해당해서 이제 유명무실해졌다. 고급기술은 아예 이전받을 꿈조차 꾸지 못한다. 인력난 해소를 위한 외국인 수입정책도 혼선을 거듭하고 있을 뿐 실효성있는 정책은 감감하다.이같은 상황에서 중소기업이 부도를 당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하다.
산업의 뿌리가 중소기업이고 산업의 중추가 제조업일진대 경쟁력 강화와 경제난국 타개는 이들이 안고 있는 어려움을 푸는데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