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공무원 노조 단체행동권은 시기상조

정부가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은 허용하되 단체행동권(파업권)은 금지하는 공무원노조특별법안을 확정하자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안에 대해 여야의 별다른 반대가 없어 국회 통과가 순조로울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전공노는 오는 27일께 찬반투표를 거쳐 오는 11월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사실 공무원 노조의 설립 여부와 관련해 오랫동안 찬반 논란이 있었던 만큼 그동안 법외단체로 활동해온 전공노가 합법단체로 탈바꿈하는 자체만도 획기적인 진전이라 할 수 있다. 비록 정책결정이나 임용권 관련사항 등이 교섭대상에서 제외되고 쟁의행위와 정치활동이 금지된다 하더라도 공무원 노조의 존립은 국민들에게 개혁적 변화로 비치기에 충분하다. 국정홍보처 주관의 여론조사에서 75%가 공무원 파업권 허용을 반대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전공노와 양대노총은 헌법에서 공무원의 단체교섭권을 제한하거나 단체행동권을 금지하도록 명문으로 위임한 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철도ㆍ체신ㆍ국립의료원 등 이미 노동3권이 보장돼 있는 공무원과의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논의도 펴고 있다. 그러나 이미 지난 93년 헌법재판소가 노동 3권의 부분적인 제한이 가능하다는 판결을 내렸고 기존 철도노조 등 노무직 노조와는 달리 일반공무원 노조에 대해서는 별도의 적용이 가능하다는 게 정부측 논리다. 하지만 무엇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끊임없이 민간 기업들이 강조해온 것처럼 우리나라의 경우 각종 규제가 헤아릴 수 없이 많고 행정조직의 권한 역시 아직도 막강하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30여만명이나 되는 전국공무원노조가 쟁의행위나 파업에 돌입했을 때 행정서비스 중단과 국가기능의 마비는 곧바로 국민불편과 기업의 손실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특히 일반노조와는 달리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공무원 조직의 파업이 국민생활에 피해를 줄 때 신분이 보장되는 공무원의 정체성은 설 자리를 잃고 말 것이다. 과거 공무원들은 민간기업 노조의 불법파업으로 막대한 업무 차질과 산업 피해를 겪어왔다. 불법파업이라는 극한 투쟁과 공권력 투입이라는 상투적인 대응이 빚어낸 갈등을 공무원 스스로 지켜볼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처지였다. 따라서 미국이나 일본ㆍ독일 등 상당수 선진국이 허용하지 않는 단체행동권을 쟁취하기 위해 공무원 노조가 총파업 돌입을 계획하고 있다는 것은 어제의 교훈을 잊어버린 집단이기주의라 아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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