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달라지는 부실기업 구조조정] 풀어졌던 주채무계열 다시 조인다

회사채로 빚 갚은 대기업 중점 관리… 현대·한라등 편입될듯<br>신용공여액 기준 0.075%…43곳으로 늘어<br>부실관리 비판 피하려는 '면피용' 지적도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5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국제연금감독자기구(IOPS) 연차총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금융위원회



동양그룹 사태에 뜨거운 맛을 본 금융당국이 뒤늦게 대기업의 건전성 관리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금융당국은 대기업 부실을 관리하는 주채무계열제도 대상 대기업 그룹을 13개 이상 늘리기로 했다. 은행 등 금융기관 여신을 기준으로 하는 주채무계열 선정을 피하기 위해 기업들이 시장성 차입금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바뀐 주채무계열 기준에 따르면 올해 기준으로 30개인 주채무계열은 43개까지 늘어난다. 회사채나 기업어음(CP) 등 시장성 차입금으로 은행 여신을 갚은 대기업 계열 대부분이 다시 주채무계열로 들어온다.

하지만 한꺼번에 관리대상 기준을 늘렸다고 해서 앞으로 계속 같은 수준을 유지할지는 의문시되고 있다. 은행이 대기업을 적극적으로 관리할 수 없는 현실에서 주채무계열 자체에 대한 회의도 높아지고 있다. 부실관리라는 비판을 듣지 않기 위한 '면피용 정책'이라는 지적과 함께 기업들만 곳간 열쇠를 은행에 넘겨준 채 힘들어질 수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주채무계열은 대기업의 부실징후를 채권은행이 사전에 관리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지난해 말 금융기관 신용공여액이 지지난해 말 금융기관 전체 신용공여액의 0.1% 이상인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이에 따라 올해는 지난 2012년 말 신용공여잔액이 2011년 전체 신용공여의 0.1% 이상(1조6,152억원)인 현대자동차ㆍ삼성ㆍSKㆍLG 등 30곳이 주채무계열로 선정됐다.

그러나 대기업들은 은행에 진 빚을 회사채와 CP를 발행해 갚은 뒤 주채무계열에서 벗어났다. 재무구조는 좋아지지 않았지만 감시대상에서 벗어난 것이다. 동양그룹은 물론 현대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2001년은 신용공여 상위 60개를 관리하다가 2002년 신용공여 비율에 따라 선정하면서 35개로 줄었다. 최근에도 ▦2010년 41개 ▦2011년 37개 ▦2012년 34개 ▦2013년 30개로 매년 감소했다.

금융위원회는 이 기준을 0.075%로 낮춰 내년 선정에 적용하기로 했다. 올해를 기준으로 하면 43개 기업이 주채무계열에 해당한다. 2002년 주채무계열에 대한 규제완화 이후 해당 기업이 가장 많았던 2009년 수준(45개)에 가깝다.


김용범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기준이 0.075%로 낮아지면 시장성 차입 때문에 (은행 여신이 줄어) 주채무계열 대상에서 빠진 기업 대부분이 포함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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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채무계열에 선정되면 채권은행이 재무구조평가를 실시, 부채비율에 따라 정해진 기준점수에 미달하면 주채권은행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어야 한다. 채무자인 기업이 채권자인 은행에 경영활동을 감시 받는 것이다. 기업들이 은행의 안정적인 채무관리를 마다하고 시장성 차입금에 손을 대는 이유다.

다만 재무구조약정을 체결하고 자구계획을 충실히 이행했음에도 부실이 발생해 구조조정하는 사례가 있다. 기업이 목표치를 달성해도 업황이 나쁜 조선ㆍ해운ㆍ취약업종이 대표적인 경우다. 재무구조약정을 체결하고 목표치를 매년 상회한 대기업 계열 해운사도 업황을 이기지 못하고 계열사의 자금지원을 받았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부채비율 구간에 따라 재무평가 기준점수를 매기는 과정에서 구간을 촘촘하게 나누기로 했다. 기업별로 재무평가가 차등화되는 것이다. 아울러 과거 좋은 실적이 현재에 반영되던 한계를 개선하기 위해 최근 사업연도 실적에 가중치를 둬 적용한다.

재무구조약정을 체결하고 지키지 않는 대기업 계열에는 이를 투자자에게 위험요소로 알리기로 했다. 약정체결을 거부한 대기업 계열은 주 기업체가 이 사실을 투자자가 알도록 공시하게 했다. 또한 계열 기업 회사채 발행공시에 '약정체결 거부로 은행권 차입이 어렵다'는 내용을 넣고 증권사에서 팔 때 알리도록 했다.

또한 약정체결 기간 중 주채무계열에서 빠지더라도 약정은 계속되며 종료는 기준점수의 10% 이상이어야 가능하게 된다.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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