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함께 나누는 '진짜 파트너' 코리아지난해 9월. 러시아 모스크바시 크렘린 궁전 옆에 위치한 볼쇼이극장은 소박하지만 의미깊은 행사를 가졌다.
볼쇼이극장장인 알렉산드르 익산로프씨는 행사전부터 나타나 구석구석을 직접 챙겼다.
이날 행사의 주인공은 한국의 삼성전자.
"90년대 초 페레스트로이카(개방정책) 이후 볼쇼이극장은 심각한 재정 위기에 빠져있었다. 당시 어느 누구도 극장의 어려움에 관심을 기울여주지 않았다. 이때 극장에 거짓말 같은 구원의 손길을 내민 곳이 바로 삼성이었다."(볼쇼이극장 홍보담당관)
러시아 문화의 자존심으로 꼽히는 볼쇼이극장은 어려울 때 도움을 준 삼성전자를 생명의 은인이자 최고의 친구로 여겼다. 삼성전자 역시 비록 적은 액수이긴해도 지난 91년 이후 지금까지 10년이 넘도록 꾸준히 지원해주고 있다.
"최근 외국계 기업이 볼쇼이극장에게 거액의 후원금을 내겠다고 러브콜을 보냈지만 볼쇼이측은 한순간의 망설임없이 거절했습니다. 서로의 이해가 맞으면 파트너를 바꿀 수도 있을텐데 볼쇼이는 '돈보다 의리가 더 소중하다'고 말하더군요."(최희중 삼성전자 러시아지사 차장)
지구촌 곳곳에 진출한 우리의 대표기업들은 지역 사회와 경제ㆍ문화를 함께 하는 '고마운 기업'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덩달아 '코리아=고마운 나라'로 인식되고 있었다.
중국 선양(瀋陽)시 외곽의 씽씨옌(興鮮)촌. 이곳에는 LG전자의 중국 생산기지인 TV공장(LGESY)이 자리잡고 있다. 중국취재팀이 도착한 4월 18일(월)은 아쉽게도 의미깊은 지역행사 하나가 막 지난 후였다.
신청즈(新城子)소학교로 불리던 이곳의 초등학교가 4월초 이름을 바꾼 것. 새로 지은 이름은 'LG희망소학교'였다.
"중국은 TV보급률이 아직 30%정도 밖에 안됩니다. 회사 주변에 살고있는 아이들만이라도 보다 좋은 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있도록 틈틈이 컬러 프로젝션TV와 PC 등 교육기자재를 지원하고 있었는데 주민들은 'LG가 희망을 나눠주고 있다'고 받아 들이더군요.
작은 도움인데도 너무 크게 감사하고 있어서 오히려 어색합니다."(양정배 LG전자 선양공장장)
LG희망소학교는 새출발을 하면서 동시에 한국인 양 공장장을 명예교장으로 위촉했다.
양 공장장은 어색한 표정을 하면서도 자랑거리 하나를 더 늘어놓았다.
"선양시에는 LG라는 이름이 붙은 초등학교가 이밖에도 캉핑(康平), 파쿠(法庫), 랴오중(遼中), 신민(新民) 씽씨옌(興鮮)등 5개가 더 있습니다. 심지어 이들 초등학교가 있는 현(縣)은 LG촌이라고 이름이 붙었습니다."
국가대표급 기업들이 지구촌 사람들에게 안정된 일자리를 주는 고마운 파트너로 인식되면서 코리아 이미지를 업그레이드시키는 사례는 이 밖에도 부지기수다.
취재팀이 찾아간 베를린의 삼성SDI 브라운관공장. 올해초 보베라이트 베를린시장이 이례적으로 직접 공장을 방문해 임직원들을 일일이 격려하는 등 현지 정부의 아낌없는 지원을 받고 있다.
당초 이곳은 구동독의 국영기업이었던 WF(Werk Fernschelektronic). 적자 누적으로 쓰러지기 일보직전 상태여서 통일독일의 암울한 경제상을 고스란히 대변했었다.
삼성SDI가 이 공장을 인수한 것은 92년. 부실규모가 워낙 커서 단돈 1마르크에 인수했지만 이후 경영정상화에 성공했다.
지난해 매출은 4,780억원, 순이익 380억원. 1,100명의 현지인을 고용하고 복리후생 지원이 각별한 대표적인 지역 우량기업이 됐다.
"우리와 비슷한 시기인 지난 92년 ICC와 다임러가 인수한 AEG나 KWO 두 회사가 모두 경영정상화에 실패했다. 사실상 삼성SDI가 이 지역 경제의 버팀목이 된 셈이다."(박태식 법인장)
러시아의 자존심 볼쇼이극장이 '의리의 파트너'로 꼽고있는 삼성전자, 중국 선양시 주민들이 '희망을 나눠주는 손길'로 바라보는 LG전자, 동베를린 주민들이 삶의 터전으로 여기는 삼성SDI 등 지구촌 곳곳에 터전을 잡은 국가대표급 기업들은 모두 '고마운 코리아'의 대명사들이었다.
<특별취재팀>
김형기팀장
전용호기자
최원정기자
이규진기자
홍병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