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에 강력 경고

■ 국세청 "편법 富세습과의 전쟁" <br>국민적 반감 의식… 강도 높은 조사 주문<br>"정치적 의도로 조사권 휘두르나" 우려도


국세청이 대외비로 행해오던 전국 조사국장 회의를 사상 처음 공개하며 편법적 부의 세습에 철퇴를 가하겠다고 밝히고 나선 것은 최근 사회적 논란이 큰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차명주식 등을 통한 편법적 부의 세습을 근절한다는 국세청의 방침이 새로운 것이 아닌데 이번 조사국장 회의는 유독 '세금 없는'에 방점이 찍혀 이런 관측을 뒷받침했다. 최근 지방청 조사국장 출신이 대기업에서 고액의 자문료를 받은 것이 드러나 내부기강을 다지는 목적도 있지만 탈세 기업인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전국의 조사국장 40여명을 전면에 내세워 대기업과 사주를 압박하는 무력시위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이현동 국세청장은 재벌이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오너 2·3세나 친인척에게 편법적으로 부를 세습하는 데 대해 국민적 반감이 큰 점을 의식한 듯 본청 조사국장이 상반기 편법 우회 증여로 경영권을 승계한 기업체 사주와 차명 재산을 보유해온 고액자산가 등 204명에게 4,595억 원을 추징했다고 밝혔지만 "국민의 기대 수준에는 아직 미흡하다"고 지적하며 조사국 간부들에게 더욱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주문했다. 본청과 지방청 조사 간부들 다수도 차명과 허위서류 작성 등을 통한 편법적 부의 대물림뿐 아니라 일감 몰아주기처럼 법망을 교묘히 피해 세금도 내지 않고 재산을 물려주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보고했다. 아울러 이명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공정사회'와도 이번 조사국장 회의는 맞닿아 있다. 편법적 부의 대물림에 국민이 느끼는 박탈감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국세청은 최근 적발한 주요 탈세포착 사례를 공개했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한 서비스업체의 사주 A회장이 단적인 예다. A회장은 1998년 계열사 측근 임원 명의로 차명관리하던 주식을 본인 명의로 전환했다. 당시 차명주식의 실명 전환시 증여세가 면제된 점을 이용한 것. 하지만 A회장은 거액의 세금을 피해 지분을 아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또 차명을 활용했다. 그는 2004년 허위소송을 통해 다시 측근임원 명의로 주식을 명의신탁해 아들이 성년이 된 2008년 이 주식의 실제 소유자가 아들인 것처럼 가짜 주주명부를 작성해 735억원어치의 주식을 물려줬다. 국세청은 A회장에게 증여세 620억원을 추징하고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그러나 국세청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세무조사 권한을 전방위적으로 휘두르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중소기업의 경우 현실적으로 증여나 상속을 통해 사주가 2세에게 가업을 물려주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볼트·너트 등을 생산하는 한 주조업체 대표는"세금을 다 내고 기업을 자식에게 물려주려면 경영권이 극도로 불안정해진다"면서 "30여년간 공들인 회사지만 매각하는 게 나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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