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 동안 법원의 법정관리를 졸업한 기업들 10개 중 6개는 대형로펌의 법률자문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반면 M&A(기업인수ㆍ합병)전문 구조조정회사나 회계법인을 통해 기업매각이나 합병을 위한 법률자문 서비스를 받은 법정관리기업은 전체의 35% 정도에 불과해 법정관리 기업에 대한 로펌들의 영향력이 전문 구조조정회사나 회계법인을 크게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서울지법 파산부에 따르면 지난 2000년 1월부터 2002년 6월말까지 M&A를 통해 법정관리를 졸업한 기업은 총 23개에 이르며 이 중 로펌을 통해 법률자문을 받은 기업은 전체의 65.2%인 15개에 달했다.
◇법률 자문 대형로펌에 집중
법정관리 기업들이 법률 자문사로 선정한 곳은 대부분 국내 유수의 대형 로펌이다. 법무법의 경우 중복 자문을 포함, 태평양의 경우 23개 업체 중 8개를 맡았고 이 뒤를 이어 김&장과 세종이 각각 4곳씩, 광장이 2곳을 대리했다.
태평양ㆍ김&장ㆍ세종ㆍ광장 등 4대로펌이 지난 2년동안 법정관리 기업 23개 중 공동으로 법률자문을 수임한 기업을 제외하면 60.8%에 달하는 14개를 독식한 셈이다. 중소형 로펌 중 유일하게 법무법인 나라가 포함 됐다.
지난 2000년 2월 법정관리가 종결된 기아자동차의 경우 자산이 7조가 넘고 법정관리 인가 당시 변제대상 채무가 1조9,000억여원에 달하는 초대형 사건으로 당시 태평양과 세종이 법률 자문을 맡았다.
이렇듯 큰 사건들이 대형 로펌들에 편중되는 현상이 심화돼 로펌들간 사건 수임료 실적이 점차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지법 파산부의 한 관계자는 "법정관리기업과 채권단들은 M&A 작업을 위해 규모가 큰 로펌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뛰어난 인력과 자금력을 보유하고 있는 대형 로펌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소형 법정관리기업은 대형로펌 기피
도산위기에 처해 법정관리를 신청한 기업의 경우 기업회생을 위해 비싼 법률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따라서 대형로펌의 법률자문이 부담스러운 중소형 법정관리 기업들은 독자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파산관리인이 독자적으로 기업인수ㆍ합병 대상업체를 선정하고 협상까지 직접 나선다는 것이다.
이들은 부족한 전문지식은 회계법인이나 구조조정전문회사로부터 자문을 구해 적은 비용으로 법정관리 상태에서 기업 회생의 발판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저렴한 비용에 비해 시간이 더 걸리는데다 성공 확률도 높지않아 일반화되진 못하고 있다.
통계적으로도 파산관리인이 독자적으로 회계법인, 구조조정 전문회사 등에서 법률 자문을 얻어 M&A에 성공한 사례는 전체의 30%에 불과하다.
지난해 7월 법정관리를 졸업한 신호스틸이 대표적인 사례다.
신호스틸의 한 관계자는 "대형 로펌에 의뢰할 경우 높은 법률 비용을 부담할 수 없었다"며 "법원에 있는 관리위원과 파산부 판사들과 협의를 거쳐 M&A를 직접 추진해 성공적으로 마칠 수 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3월 법정관리를 졸업한 상아제약 등은 로펌에 법률적인 자문을 구하지 않고 회계법인의 조언을 얻은바 있다.
안길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