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퇴의 황금가면
황젠화 지음/일빛 펴냄
1986년 중국 스촨(泗川)성의 청두(成都) 부근에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고고학적 대발견이 있었다. 찌는 듯한 더위 속에 3,000년 만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삼성퇴 1ㆍ2호 두개의 갱에서는 청동기ㆍ황금기물ㆍ옥기ㆍ도기 등 1,000여점의 유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는 황허를 중심으로 한 중원문명에 앞선 또 하나의 고대문명이 중국 땅에 존재했었음을 확인시켜주는 증거였다. 특히 정교하게 조각된 청동인두상은 그동안 고대 중국문명에 이렇다 할 조각예술이 발달하지 못했다는 기존 서양인의 편견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삼성퇴가 발견된 곳은 바로 소설 '삼국지'에서 유비가 근거지로 삼았던 촉(蜀)지역.
중국인들은 당나라 시인 이백이 '촉도난(蜀道難)'이라는 시에서 "나라 세운지 얼마나 아득한가.땅이 무너지고 산이 부서져 장사들 죽으매."라고 옛 문명을 회고했듯이 막연하게 그 역사를 기억하고 있었다. 삼성퇴 발견은 입으로만 전해오던 옛 촉의 역사를 3,000년만에 복원된 것이다.
중국의 고고학자 겸 소설가인 황젠화의 '삼성퇴의 황금가면'은 삼성퇴 유적에서 출토된 유물들을 바탕으로 잊혀졌던 옛 촉문명의 실상을 생생하게 재현해 보여준다. 삼성퇴 관련 서적이 국내에 번역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책은 고도로 발달된 당시의 청동 주조기술과 조각예술의 격조높은 경지를 소설가의 능숙한 글 솜씨와 다채로운 유물사진을 통해 생동감 있게 재현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