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수가… 한국 소비자들 망신살 뻗쳤다
갭(GAP) "블랙프라이데이에 한국 소비자 몰려올라"… 한국 IP 접속 차단
김희원기자 heewk@sed.co.kr
"갭이 한국 IP 접속을 차단했어요. 아이들 옷 봐 뒀는데… 언제 풀릴까요?"
"우회 프로그램으로 재접속하세요. 다운 받아 실행하면 다시 접속 가능해요."
미국 캐주얼 의류업체 갭이 추수감사절 세일을 앞두고 자사 홈페이지에 대한 한국 서버 접속을 차단하자 '온라인 직접구매(직구)족'들이 많이 몰리는 주요 카페ㆍ블로그 등에 일대 소란이 빚어졌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갭의 미국 공식 온라인 사이트는 추수감사절 세일 전날인 22일부터 한국 서버의 접속을 금지했다. 갭은 국내 수입원이 별도로 있지만 국내 가격과 현지 가격의 차이가 커 온라인 직접 구매가 활발한 미 브랜드 중 하나다.
미국의 경우 추수감사절 다음날부터 시작되는 연중 최대의 할인쇼핑 시즌인 '블랙프라이데이'에 최대 정가 대비 90% 할인된 가격에 추ㆍ동 상품을 소진한다. 블랙프라이데이는 국내 온라인 직구족들에게도 연중 최대의 쇼핑 시즌으로 갭 본사에서 한국 소비자들이 몰려들 것을 우려, 예방 조치에 나선 것이다. 폴로 랄프로렌 역시 주소지가 해외인 신용카드의 구매를 차단하다 금융위기 당시 판매가 부진해지자 슬며시 이를 해제한 바 있다.
국내 배송대행 업계 관계자는 "미 의류 브랜드 공식 사이트에 접속해보면 실시간 상품 매진속도가 현지의 낮 시간보다 새벽 시간이 빠를 때가 많다"며 "국내 소비자들의 온라인 구매 때문으로 보면 대부분 맞다"고 말했다.
유독 한국 소비자들의 온라인 구매가 활발한 것은 양국의 서로 다른 유통구조가 근본 원인이다. 구미권의 경우 백화점 자체가 재고 부담을 지는 만큼 봄 옷 구매를 위해 제철 상품을 계절 내에 판매해야 해 시간이 갈수록 가격이 내려가는 게 일반적이다. 국내의 경우 수입 업체가 재고 부담을 지는 만큼 소량을 수입, 가격 자체가 높고 할인가도 크지 않다. 국내 최대 배송대행업체인 메이크샵 몰테일의 경우 가입회원 수만 11만명(지난해 말 기준)에 이르는 등 배송대행 업계 규모는 날로 성장세다. 각종 할인상품을 모아 판매하는 해외구매대행 사이트도 GS샵ㆍ11번가ㆍ위즈위드 등에서 '성업' 중이다. 특히 올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국내 면세기준이 200달러 이하로 종전보다 상향된데다 원화 가치가 올해 최고 수준에 달하며 체감 할인율이 더욱 높다.
아이들 옷은 해외 구매 대행을 통해서만 구입한다는 한 30대 소비자는 "질 좋은 수입 브랜드 제철 상품을 국내 가격보다 배 이상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데 어느 엄마가 마다하겠는가"라며 "국내 유통구조가 변하지 않는 한 해마다 이런 구매 전쟁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