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티시오픈 코스 "까다롭게" 새단장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 94개 벙커턱 주변 경사 가파르게 공사
골프의 고향, 스코틀랜드의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 코스가 세월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새 단장에 들어갔다.
오는 7월 14일부터 브리티시오픈을 개최할 예정인 이 코스는 최근 3개월여에 걸쳐 코스 개ㆍ보수 공사를 실시했으며 앞으로도 계속 정비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코스가 공사 기간동안 주안점을 둔 것은 벙커.
지난 78년 브리티시오픈 때 일본의 토미 나카지마가 무려 4타만에 나올 수 있었던 악명 높은 17번 홀의 로드 벙커를 넓힌 것을 비롯, 무려 93개의 다른 벙커들을 재정비했다.
올드 코스가 이처럼 대대적으로 벙커에 손을 댄 것은 지난 2000년 대회에서 타이거 우즈가 나흘 동안 단 한번도 벙커에 들어가지 않고 269타라는 역대 최소타의 성적으로 우승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같은 코스에서 치러진 95년 브리티시오픈에서 존 댈리가 기록한 282타를 무려 13타나 줄여 버린 것.
다소 충격까지 받았던 올드 코스 측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벙커 재정비에 들어갔다. 그러나 ‘자연 그대로’인 코스에 손을 대는 것 역시 올드 코스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일.
결국 벙커 모양이나 크기에는 큰 변화를 주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선수들을 곤혹스럽게 만들 수 있는 방안이 적용됐다. 대체로 벙커 턱 주변에 볼이 떨어지면 굴러 들어갈 수 있도록 입구 부분을 좀더 경사지게 했다.
로드 벙커는 유일하게 크기가 달라져 약 1m정도 넓어졌다. 그린 왼쪽으로 볼을 날리면 십중 팔구는 빠질 수밖에 없도록 한 것이다.
가장 크게 달라진 홀은 12번홀. 티잉 그라운드를 34야드 정도 뒤로 뺀 데다 그린 앞 벙커 턱을 30cm쯤 낮춰 티잉 그라운드에서는 벙커가 아예 보이지 않도록 했다.
자칫 벙커를 의식하지 않은 채 그린을 향해 볼을 날리면 그대로 굴러 들어갈 수 있다.
한편 올드 코스는 코스 전장을 2000년 7,015야드에서 7,200야드로 185야드 늘렸고 파5의 14번홀은 무려 616야드로 재조성했다.
김진영 기자 eaglek@sed.co.kr
입력시간 : 2005-01-14 1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