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5월 13일] '명박스럽다'와 섬김의 정부

참여정부 출범 초기 ‘놈현스럽다’라는 신조어가 등장, 5년 내내 국민들 사이에서 상당히 회자됐었다.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불합리한 국정운영 스타일을 빗대 쓰여진 이 용어는 처음에는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인터넷에서만 사용되다 점차 일반적인 용어로 확산됐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비슷한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명박스럽다’라는 용어가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역시 네티즌이 현재 주 사용자다.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직 시절 불도저 같은 그의 업무 스타일을 빗대 한때 네티즌들이 사용했던 이 용어가 최근 다시 인터넷상에 등장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는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인사 파문, 물가 급등에 이어 근래 연일 계속되는 촛불집회 등 엄청난 파장을 낳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와 관련해 정부 정책 등에 대한 비판적 의미로 쓰여지고 있고 그 사용빈도 또한 크게 늘어나고 있는 양상이다. “광우병 쇠고기를 먹어야 하는 현실이 참 명박스럽다”는 등의 형태로 말이다. 국민을 섬기는 자세로 일하겠다며 ‘섬김의 정부’를 표방한 현 정부에 대한 국민의 비판적 메시지가 가득 담겨 있다. ‘섬김’의 자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전국 곳곳을 들끓게 하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와 조류 인플루엔자(AI) 사태는 이명박 정부 출범 3개월여 만에 최대의 위기요인이 되고 있다. 그 원인은 정부의 아마추어리즘적 국정운영 자세와 상황판단에서 비롯됐다. 먼저 광우병 우려로 시민들 사이에서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분노의 물결은 무엇보다 미국과의 협상이 제대로 안 됐다는 데서 출발한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합의를 서두르다 보니 미국 내에서의 사전검역 조건완화, 광우병 발병시 주권국가로서 대처할 수 있는 권리확보의 사실상 포기 등과 같은 조건에 합의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더군다나 ‘동물성 사료 금지조처’ 완화와 관련된 미국 정부의 관보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협상을 벌인,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실수도 저질렀다. 그런데 정부의 더 큰 잘못은 광우병에 대해 우리 국민이 안고 있는 불안감과 공포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그 공포가 급속히 확대재생산되는 과정에서 ‘괴담’으로까지 번져가며 야기된 국민의 혼란 역시 적절하게 파악하지도, 대응하지도 못했다.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AI 사태 역시 광우병 문제와 비슷하다. 지난달 1일 전북 김제에서 처음 확인된 지 한 달여 만에 AI 피해가 30건 이상 발생했고 최근에는 서울지역 가금류를 모두 살처분하는 상황까지 빚어졌다. AI 발생 초기부터 해당지역뿐 아니라 감염 우려가 있는 주변지역 일대(발생지점 반경 3㎞ 이내) 닭ㆍ오리 등을 제대로 살처분하지 못한 것 등이 사태 확산의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런 일련의 일들은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크게 무너뜨리게 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AI 문제에 대한 국민의 엄청난 우려와 불안은 바로 생명과 직결된 사안이기에 더욱 그렇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련된 문제에 대해 정부가 최우선으로 철저하게 대응하는 것은 정부의 기본적 임무다. 국민이 정부에 그런 요구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권리다. 그러나 정부는 이들 사안에서 너무나 무책임하고 안이했다. 정부는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졌는지도 반드시 따져보고 책임 문제도 가려야 한다. 앞으로 이 같은 일들이 반복돼서는 결코 안 되기 때문이다. 국민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는 정부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을 것이다. ‘명박스럽다’라는 말이 부정적 의미가 아니라 ‘진실되고 참으로 국민을 섬기고 생각하는’ 등의 긍정과 희망의 뜻으로 새롭게 정의돼 널리 회자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그것은 정부에 달려 있다. ‘섬김’은 바로 국민의 마음을 제대로 읽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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