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내일을 향한 도전들] <1부-3>M&A에 길이 있다

"신성장동력 확보" 핵심 무기로 떠올라<br>신규산업 진입시간 단축하고 비용도 절약할수 있어<br>두산 '밥캣' 인수로 소비재→중공업 체질개선 성공<br>5대 그룹도 공격행보… '무제한 체급 무한경쟁'으로


“세계시장의 판도를 바꿀 만한 빅딜을 성사시켰습니다.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가 엄청날 것으로 기대합니다.”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흥분된 마음으로 회사 전직원에게 e메일을 보냈다. 국내 기업 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인 ‘밥캣’ 인수계약을 성사시킨 직후였다. 박 부회장은 “3,500여개 딜러망과 20여곳의 생산공장을 갖춘 소형 건설장비의 절대강자 밥캣을 적극 활용해 오는 2012년 건설기계 분야에서 ‘글로벌 톱3’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오비맥주와 두산동아로 대표되던 두산. 소비재를 주력으로 하며 재계의 주목 대상이 되지 못했던 두산은 국경을 넘나드는 M&A를 통해 중공업 기업으로 체질마저 바꿨다. M&A는 이처럼 외환위기 이후 스스로의 운명을 바꿀 정도로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핵심 무기가 되고 있다. 송창민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존의 기업을 M&A하면 신규 산업 분야에 진입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존 회사의 경영체계 및 인력과 기술을 모두 이용할 수 있어 투자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M&A, 신사업을 위한 전략적 수단=과거 고도 성장기에는 기업들이 굳이 외부(다른 기업)로 눈을 돌리지 않아도 성장하는 데 큰 무리가 없었다. 자생하기에도 숨이 턱까지 차 올랐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맞고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기업 간의 먹고 먹히는 싸움을 용인하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 특히 성장이 정체국면에 이르자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서라도 M&A를 채택하기 시작했다. 저금리 때문에 막대한 현금이 쌓인데다 신규 산업 분야에 진입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기 때문이었다. 최근 증권업에 진출한 현대ㆍ기아자동차그룹. 현대차는 당초 새로 증권회사를 만드는 방안과 기존 증권사를 인수하는 방안을 놓고 고심을 거듭했다. 결국 내린 결론은 M&A, 즉 신흥증권 인수였다. 알토란 같은 금융사를 인수해 현대차의 브랜드 네임을 결합하면 단시일 내에 금융시장의 강자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셈이다. LG가 지난 2002년 외국계 광고회사 WPP에 매각했던 LG애드를 28일 다시 사들여 자회사의 제품 기획력을 확대하는 시너지 효과를 노린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M&A는 사업군을 가장 융통성 있게 조정하는 방법으로도 활용된다. 27일 6개 사업 부문을 4개로 축소한 GE가 대표적인 예. GE는 몇 년 전 주력 사업군 중 하나인 플라스틱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기업에 넘겼고 얼마 전 GE가전도 매물로 내놓았다. 나준호 LG경제연구원 미래연구실 책임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은 M&A라고 하면 파는 것보다 사는 것을 더 중시한다”며 “진정으로 성공하는 M&A는 작은 기업을 사서 핵심영역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5대 그룹까지 공격적 M&A 돌입=지금 시장에는 재계의 판도를 다시 한번 뒤흔들 정도의 M&A 물건들이 쌓여 있다. 그 중에서도 대우조선해양과 현대건설은 양대 ‘블루칩’으로 꼽힐 정도로 재계의 관심 대상이다. 하이닉스반도체는 24일 민유성 산업은행장이 연내 매각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일단 대상에서 벗어났다.   M&A시장의 최대어인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유력 후보로 떠오른 포스코를 비롯해 두산«한화«GS그룹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GS그룹은 해양 플랜트 사업 등 GS건설 및 GS칼텍스와의 시너지가 크다는 점, 두산은 계열사인 두산엔진이 선박엔진 분야에서 세계2위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두산중공업이 선박엔진의 핵심인 크랭크 샤프트를 생산해 수직 계열화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한화는 아예 김승연 회장이 전면에 나서 그룹의 운명을 건 싸움을 벌이고 있다. 한결같이 그룹의 새로운 성장과 직결돼 있다. 현대건설은 지금까지는 현대그룹이 공식적으로 인수 의사를 밝힌 상태. 그러나 여전히 KCCㆍ현대차 등 범현대가 계열사들이 조금씩 지분을 나눠 갖는 방식으로 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식화되지는 않았지만 두산ㆍ한화 등 제3자가 외국자본을 들여와 인수하는 방식도 점쳐지고 있다. M&A가 이처럼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중요한 무기가 되면서 최근에는 5대 그룹까지 M&A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차 부품 계열사 중심으로 해외 M&A도 가능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인도와 중국 공장 가동이 확대되면서 부품 조달이 필요하고 자체 부품공장 건립보다는 빠른 성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 삼성화재가 해외 보험사 M&A 의사를 밝히고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반도체, 삼성전기가 대만의 PCB 업체 인수를 추진하는 등 M&A에 관한 한 한걸음 물러서 있던 삼성그룹까지도 확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SK그룹은 SKC&C 상장작업을 통해 지주사 체제 전환을 완성하면 통신과 정유업 1위 수성을 위한 M&A에 본격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LG그룹은 화학과 전자사업을 기반으로 최근 M&A에 대한 강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며 지난해 말부터 계열사마다 M&A팀을 꾸려 물건을 탐색하고 있다. 지금부터 펼쳐지는 무대는 ‘무제한 체급에서의 무한경쟁’. 생존을 위한 ‘재무장’에 돌입한 그룹들에 M&A는 전략의 성공과 실패, 전쟁의 결과를 결정하는 강력한 무기다. 이들이 펼치는 M&A전에는 어느 때보다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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