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신념으로 병역을 기피한 ‘양심적 병역 기피자’에게 법원이 최초로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6단독(이정렬 판사)은 21일 여호와의 증인 신자로 병역 소집을 거부한 혐의(병역법 위반)로 기소된 오모(22)씨에 대해 “양심상의 결정에 따른 병역 거부는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에 비춰 정당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와 함께 같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자 정모(23)씨와 예비군 소집 훈련을 거부한 황모(32)씨에 대해서도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양심의 자유는 국가권력이 개인의 윤리적 판단에 개입하고 강제해서는 안된다는 ‘내심적 자유’와 ‘침묵의 자유’까지 포괄한다”며 “우리나라가 지난 90년 가입한 국제인권규약 B 제18조 2항에도 ‘스스로 선택하는 신념을 가질 자유를 침해하는 어떠한 강제도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원의 이번 판결은 ‘국가안보와 배치되는 양심의 자유는 사법기관이 제한할 수 있다’는 이전의 판례를 깨고 국제규약을 적극 해석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법조계 일각에서는 “법원이 처음으로 무죄를 선고함에 따라 국가보안법 등 개인의 이념적 자유를 제한하는 법체계에 대한 논쟁이 달아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 2월 현재 521명의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전국 교도소에 복역 중이다.
이재철기자 hummi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