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 GM에서 현대차가 배울 점

도시가 생기가 없다. 생산과 소비와 고용이 살아나면서 미국 경제가 4~5%의 성장률을 이어가는 기쁨을 맛보고 있지만 디트로이트는 예외다. 따뜻한 봄볕이 내리쬐는 공원의 분수대에는 물방울 하나 없고 직장이 없어 한가로이 어슬렁거리는 사람들만 보인다. 디트로이트 인근에는 제너럴모터스(GM)ㆍ포드ㆍ다임러크라이슬러 등 한때 세계 자동차산업을 평정했던 소위 ‘빅3’의 본사와 공장이 있다. 이들 빅3는 디트로이트 경제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으며 미시간주 전체에서도 자동차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달한다. 자동차산업의 대명사였던 디트로이트의 추락은 이들 빅3의 몰락과 궤를 같이한다. 지난 10~11일(현지시간) GM이 한국 자동차 부품업체 85개사를 초청해 구매전시회를 열었다. 경비절감과 품질향상이 지상 과제인 GM이 경영악화 돌파구의 일환으로 한국 부품회사들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한 것. 구매총괄 부사장이 일일이 부품업체 전시장을 돌며 가격과 품질ㆍ생산규모ㆍ납품현황 등을 꼬치꼬치 캐물으며 한국 회사들을 껴안으려는 노력을 보였다. GM은 현재 강도 높은 인력 구조조정과 금융자회사 매각 등을 통해 회사갱생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오는 2008년까지 미국 공장 종업원 3만명 이상을 감원하고 11만3,000명에 대해서는 명예퇴직을 실시하기로 하는 등 뼈아픈 자구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 제조업의 자존심이었던 GM이 골칫덩이로 전락한 배경에는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잘못된 경영의식이 자리잡고 있다. 일본과 한국 자동차 회사들이 새로운 디자인과 품질로 무장하고 추격전을 펼치는 동안 GM은 구매자들의 변화된 소비패턴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구태의연한 옛날 방식을 고수했다. 제품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생산비용을 초과하는 지나치게 높은 근로자 임금과 사회복지 비용도 GM이 만성적자에 빠진 요인으로 꼽힌다. 결국 경영진과 노조가 시대흐름을 똑바로 읽지 못한 것이 오늘날의 GM을 만든 것이다. 뉴욕ㆍ로스앤젤레스 등 대부분의 미국 도시들이 새로운 경제활동인력 유입으로 콧노래를 부르고 있지만 디트로이트는 옛날의 화려했던 꿈을 잃어가고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자동차업체인 현대차도 비자금과 회계조작을 둘러싸고 홍역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는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현대차 경영진과 노조는 GM의 몰락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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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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