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유럽 뱅킹시스템이 흔들린다

잇단 신용등급 강등에 자금 인출사태<br>글로벌 금융위기 새 진앙지로 떠올라<br>유럽정부, 은행 구제금융 등 본격 논의




유로존 재정위기가 은행권의 신용경색 위기로 번지면서 유럽 뱅킹시스템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 위기은행에 정부 차원의 구제금융을 제공하고 자본확충을 단행하는 방안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23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극심한 신용경색에 시달리는 유럽계 은행들은 잇단 신용등급 강등에다 대형 고객과 머니마켓펀드(MMF) 등 투자자들의 자금인출 사태로 달러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이처럼 유럽 은행들이 앞다퉈 달러 확보경쟁을 벌이면서 달러값이 치솟고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의 화폐가치ㆍ주식 등 자산가격이 폭락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유럽 은행들이 지난 2008년과 같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새로운 진앙지로 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또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황에 몰린 그리스의 국채를 많이 가진 프랑스ㆍ이탈리아ㆍ그리스 은행들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하향 조정돼 자금조달 비용을 끌어올리고 있다. 국제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는 23일 그리스 8개 은행의 신용등급을 무더기로 2단계나 강등한 데 이어 유로존 국가인 슬로베니아의 국가등급도 ‘Aa2’에서 ‘Aa3’로 끌어내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에 따라 유럽 정책당국자들 사이에서 국민 세금으로 자금난에 빠진 은행들을 구제하는 방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미셸 바르니에 유럽연합(EU) 역내시장담당 집행위원은 프랑스 르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일부 유럽 은행이 국가지원을 필요로 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EU 집행위원회에서는 이 같은 시나리오에 대해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문에 따르면 현재 구제 대상으로 거론되는 은행은 7월 발표된 2차 스트레스테스트를 간신히 통과한 16개 은행이다. 국가별로는 스페인이 7개로 가장 많고 ▦독일ㆍ그리스ㆍ포르투갈 각 2개 ▦이탈리아ㆍ키프로스ㆍ슬로베니아 각 1개 등이다. 유럽 은행을 구제하기 위해 과거 미국의 사례를 본떠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부실자산구제 프로그램(TARP)처럼 차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올리 렌 EU 경제통화담당 집행위원은 “EFSF 차입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오는 10월 중순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유럽 각국 지도자들이 위기의 심각성을 깨닫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하지만 유로존 내에서도 정치적 이해와 안팎의 경제사정이 달라 최종적인 해법마련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위르겐 슈타르크 유럽중앙은행(EC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 내에서 확산되고 있는 재정위기가 유로권 존속을 위협하는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돼 근본적인 대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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