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가 54P 폭락… 원인·전망주식시장이 26일 미국발 복합악재와 수급여건 악화 등으로 올들어 최악의 하락장을 보여 향후 장세에 짙은 먹구름을 드리웠다.
일부에서는 조정국면이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하며 심지어 지금까지 유지돼온 대세상승 국면이 마무리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날 증시는 미국에서 또다시 발생한 회계부정 논란과 경기지표 악화, 반도체기업의 실적악화 소식 등으로 시간이 갈수록 투자심리가 얼어붙어 투매양상이 빚어졌다.
그러나 대부분 전문가들은 이번 투매로 인해 바닥권에 한발짝 더 다가선 만큼 투매에 가담하는 뇌동매매보다는 '주가 역버블'을 이용한 매수시점 포착에 주력해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지적했다.
▶ 주가폭락의 진앙지 뉴욕
26일 투매사태는 뉴욕증시 폭락 충격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날 한꺼번에 쏟아진 미국발 악재는 주가급락에 따른 기관투자가의 로스컷(손절매)과 맞물려 증시상황을 최악으로 이끌었다.
가장 큰 악재는 '월드컴 충격'이었다. 미국 제2의 통신사업자인 월드컴이 지난 5분기동안 지출을 자본투자로 허위 기재하는 방식으로 순익을 부풀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나스닥지수는 지난해 9월 테러사태 이전 지수(1,423.19포인트)에 육박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전종우 현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2월에 발생한 엔론사태와 5월의 타이코인터내셔널 등 미국의 회계비리가 '진행형'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술주 실적전망에 대한 회의론이 커진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D램 제조업체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2ㆍ4분기(3~5월) 주당순이익이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4센트의 순손실을 기록, 시장의 기대감을 여지없이 무너뜨렸다.
마이크론은 시간 외에서 9.8% 급락했다.
경기전망에 대한 비관론도 확산되고 있다. 전일 발표된 소비자신뢰지수는 106.4로 전월의 109.8보다 악화돼 향후 소비심리가 악화될 수도 있음을 암시했다.
이에 앞서 발표됐던 경기선행지수는 2.15%로 3월부터 악화되는 추세에 돌입, 4ㆍ4분기 경기전망에 대한 기대가 불투명해진 점도 복합적인 악재로 작용했다.
▶ 수급구조 악화가 투매 부추겨
서울증시는 26일 폭락으로 지지선을 예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상황에 몰렸다. 이는 국내증시의 수급이 미국발 악재를 흡수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올들어 주식시장을 떠받치는 주요 세력으로 부상한 기관투자가는 지수급락으로 인해 '손절매' 물량을 쏟아내며 장세에 부담을 주고 있다.
대형 기업의 공모가 늘어난데다 공적자금 회수를 위한 공급물량 확대는 증시의 체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24일 우리금융이 상장됐고 이에 앞서 민영화를 위해 KT와 담배인삼공사의 공모가 실시됐으며 LG카드를 비롯한 초대형 기업의 공개는 공급물량은 늘리는 대신 증시 주변자금을 흡수하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2월 12조원을 넘어섰던 고객예탁금 역시 9조5,000억원대로 수위가 낮아졌다.
▶ 지나친 비관론은 경계해야
일부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이미 종합주가지수 대세상승기조가 꺾였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미국경기의 '더블딥(일시 상승했다 다시 침체에 빠지는 이중바닥형)'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증시만 나 홀로 상승세를 보이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대세상승 국면에서 든든한 지지선으로 여기는 120일 이동평균선은 이미 6일 전에 무너졌고 그 괴리폭이 100포인트가 넘는 점도 이러한 우려감을 더해주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700선 안팎에서는 과매도 국면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서준혁 굿모닝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술적 분석상 대세상승 국면이 마무리됐는지의 여부는 690선의 지지 여부에 달렸다"고 말했다.
국내기업들이 미국기업과 달리 수익성 개선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어 펀더멘털이 양호하다는 점도 '역버블'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다. 최영권 동양투신운용 주식운용팀장은 "미국발 악재가 누그러져야겠지만 근본적으로 국내증시의 펀더멘털이 양호하기 때문에 바닥권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