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기후변화의 경제학] <2부-8> 한국 탄소펀드의 빛과 그림자- 미래 밝지만 수익성 불투명 "아직은…"

CDM사업 장래 불확실한데다 태양광 시장 경쟁 격화<br>펀드와 사업 겹치는 한전등 소극…금융권들도 관망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 발전 5개사 등 한전그룹사들은 요즈음 고민이 많다. 산업자원부에서 추진하는 탄소펀드(사모펀드)에 돈을 넣을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고민이다. 탄소펀드는 이미 지난해 12월 1,200억원 규모로 출범했다. 그러나 당초 산자부에서 계획했던 펀드 규모는 2,000억원. 생각만큼 돈이 모이지 않자 산자부는 한전에 도움을 요청했다. 산자부는 한전, 한수원, 발전 5개사 등이 모두 600억~700억원 정도를 모아 투자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 발전 부문은 우리나라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가장 많은 분야. 따라서 발전회사들이 지구 온난화 방지와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한 탄소펀드에 참여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사회적 책임론과 명분론이 성립된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먼저 투자 리스크. 탄소펀드도 펀드인 만큼 수익성이 보장돼야 한다. 탄소펀드 운용사인 한국투신운용 측은 15년 만기 이산화탄소 감축사업의 경우 최소 8%, 비이산화탄소 감축사업은 7년 만기에 15%의 수익률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포스트교토 체제가 시작되는 오는 2013년이면 모든 것이 달라질 수 있다. 탄소펀드는 온실가스 감축사업 등 교토의정서상의 청정개발(CDM) 사업에 투자, 탄소배출권(CER)을 만들어 수익을 내는 펀드. 그러나 2013년 이후가 되면 CDM 사업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물론 2013년 이후라도 인정 받을 수 있다는 의견이 다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어느 정도 인정 받을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그러나 한전과 발전사들이 탄소펀드 투자를 꺼리는 데는 다른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 탄소펀드가 투자하려는 사업은 태양광ㆍ풍력 등 재생에너지 사업이다. 탄소펀드 운용사인 한국투신은 2월께 200억원 규모의 태양광 CDM 프로젝트에 처음 투자하려 하고 있다. 그런데 한전과 발전사 들 역시 재생에너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산업자원부와 자발적 협약(RPAㆍRenewable Portfolio Agreement)을 맺어 태양광ㆍ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확대하고 있다. 산자부는 이를 발전량 중 재생에너지 비율을 강제 할당하는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율 할당제(RPSㆍRenewable Portfolio Standard) 시스템으로 강화하려 하고 있다. 따라서 발전사들 역시 태양광ㆍ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 사업을 벌여야 하는 상황인데 굳이 탄소펀드를 통해 우회적으로 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반론이 나오고 있다. 어차피 재생에너지 사업을 해야 한다면 당연히 직접 투자해 진행하는 것이 좋지 굳이 탄소펀드를 통해 우회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한 발전사 관계자는 “이미 발전사들은 태양광ㆍ풍력발전 CDM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자체 기술력과 자기 자금으로 하면 될 텐데 굳이 펀드에 투자할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재생에너지 사업, 에너지 효율증진 사업을 가장 잘 아는 곳은 우리”라며 “우리가 직접 하나, 펀드에 들어가서 하나 마찬가지인데 굳이 펀드를 통해 우회해 들어갈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은 펀드에 돈이 충분히 모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전 및 발전사들은 빼더라도 기관투자가 등 연기금이나 금융권을 중심으로 자금이 모이면 이 같은 이해상충이 발생하지 않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금융권에서 탄소펀드에 별로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산자부가 지난해 초 2,000억원 규모의 탄소펀드를 만들어 출시하겠다고 발표했을 당시 시장의 반응은 좋았다. 하지만 막상 투자가들이 투자를 결정할 때가 되니 하나둘 발을 뺐다. 탄소시장ㆍ탄소배출권이라는 것 자체가 생소했고 투자방법도 처음부터 투자 대상이 결정된 것이 아니라 나중에 투자 대상이 결정되면 약속한 돈을 모아 집행하는 블라인드(blind) 방식이어서 수익률 전망이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당초 적극적으로 투자의사를 피력했던 교보생명도 결국 이를 철회했다. 금융권에서는 탄소배출권 시장 전망이 밝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당장 어디에 투자할지 모르고 수익률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쉽게 투자를 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투자 대상의 문제도 있다. 탄소펀드는 현재 태양광 발전사업을 주요 투자 대상으로 삼고 있다. 정부가 실제 발전비용과 시장가격의 차이를 발전차액지원으로 보조해주기 때문이다. 즉 정부 지원을 통해 확실한 수익률이 보장되는 셈이다. 그러나 정부는 100㎿까지만 지원해주고 그 이상의 태양광 발전량에 대해서는 보조금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물론 탄소펀드 운용사인 한국투신운용은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100㎿ 범위 내의 태양광 사업에만 투자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그러나 현재 정부의 인가를 받은 태양광 발전사업은 100㎿를 훨씬 뛰어넘어 437㎿에 이른다. 더욱이 태양광 발전에 투자하겠다고 나선 펀드 중에는 탄소펀드뿐 아니라 3,300억원 규모로 KB자산운용에서 운용하는 신재생에너지펀드 등 다른 태양광펀드들도 많아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탄소펀드가 당초 생각하던 ‘안정적인 수익성이 확보되는 태양광 발전사업 투자’가 될지 여부를 좀 더 지켜봐야 하는 대목인 셈이다. 그래서 당초 지난해 여름 출시되려던 탄소펀드는 결국 12월이 돼서야 목표금액의 60% 수준인 1,200억원만 모인 가운데 출발했다. 현재 투자가 구성은 포스코, 공무원연금, ㈜SK, 신한은행ㆍ신한증권, 대한재보험 등. 한 전문가는 “지난해가 탄소펀드 출시의 최적기라고 당시에는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다소 일렀던 측면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탄소펀드는 당초 산자부뿐 아니라 환경부와 관련기관에서도 추진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시기상조’라고 판단해 중간에 접은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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