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IFRS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


올해는 우리나라의 회계기준이 국제회계기준(IFRS)으로 대대적인 변화를 겪게 되는 원년이다. 전세계가 하나의 회계기준으로 통일하자는 움직임에 우리나라가 일본∙중국∙대만 등의 국가보다 먼저 참여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우리가 주변 아시아 국가들보다 먼저 IFRS를 채택하게 된 데에는 두 가지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 하나는 우리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높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리나라 기업들의 회계보고서 신뢰성을 매우 낮게 평가하기 때문에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불이익을 당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IFRS의 도입만으로 회계신인도가 선진국 수준으로 높아지지는 않는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이 있듯이 IFRS에 맞춰 우리의 회계제도나 감독정책도 변화돼야 할 필요가 있다. 금융당국이 명확한 지침 내려야 우선 가장 시급한 문제는 IFRS의 적용지침과 해석에 대해 금융감독원과 회계기준원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IFRS는 우리가 기존에 사용해왔던 규정중심의 기업회계기준과 완전히 다른 원칙중심의 회계기준이다. 원칙중심에서는 명확한 지침이 없고, 기업이 회계방법을 적용할 때에 개념이나 원칙의 큰 틀 안에서 가장 적합한 회계방법을 기업 스스로 판단하도록 돼 있는데, 우리에게는 매우 생소하고도 익숙하지 않은 방법이다. 그동안은 기준의 해석이나 적용방법이 애매한 경우 금융감독원이나 회계기준원에 질의해서 답을 얻으면 됐으나 이제는 기업 스스로 해석하라고 한다. 그런데 기업의 입장에서는 나중에 감독기구에서 잘못된 회계적용이라고 조치를 받을지 모르기 때문에 두렵고 혼란스러운 것이다. 원칙중심의 기준에 잘 적응될 때까지는 국제회계기준위원회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금융감독원과 회계기준원이 기업이나 공인회계사의 질의를 함께 협의하고 비공개적으로나마 지침을 내려줘야 초기적용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두 번째로는 회계정책을 담당하는 컨트롤 타워인 회계위원회를 신설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회계정책을 전담하는 행정부서도 없고 회계전문가도 없는 회계후진국이나 다름없다. 회계를 담당하는 부처인 금융위원회의 경우 회계전담부서는 하나도 없고 사무관급 공인회계사 한두 명 밖에 없어 주요 회계정책에 대한 의사결정이 신속히 이뤄지지 못할 수밖에 없고, 비전이나 목표도 없이 외국 것을 베끼기에 급급하다. 미국에서 엔론사의 대형 회계분식 사태 이후 2002년에 사베인스 옥슬리법(Sarbanes-Oxley Act)을 제정하자 우리도 곧이어 회계개혁법을 만들었지만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예에서 보듯 그야말로 빛 좋은 개살구 같은 제도만 만들어 놓고 말았다. 우리나라는 아시아에서 선도적으로 IFRS를 도입한 나라이지만 국제회계기준위원회에는 일본∙중국∙인도만 들어가 있을 뿐 우리나라는 언제 들어가게 될지도 막막한 현실을 맞이하고 있다. 이것도 바로 회계정책을 전담할 행정부서가 없기 때문에 미리미리 대처하지 못한 결과이다. 그러다 보니 IFRS에 우리나라 기업의 입장을 반영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이제라도 하루속히 회계에 대한 정책과 비전, 발전계획 등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회계위원회가 설립돼야 하는 것이다. 회계기준·정책 연구기관도 필요 마지막으로 IFRS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회계연구원의 설립이 시급하다. IFRS는 수많은 기준 제정 및 개정 어젠다가 있다. 이에 대해 선도적으로 연구가 이뤄져야만 우리의 의견을 제시할 수가 있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에 우리나라의 위원이 선임된다 하더라도 연구원의 뒷받침이 없이는 충분한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 회계기준뿐만 아니라 회계정책이나 제도의 개선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기관이 있어야 졸속 개정을 방지할 수 있다. 이러한 제도개선을 통해 우리나라가 회계선진국으로 거듭나 코리아디스카운트가 아니라 코리아프리미엄이 이뤄지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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