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예상했지만 감소폭 위험수위" 의기소침

'주요국 바이어 동향' 긴급 점검<br>유럽·러시아도 수출 증가율 한자릿수 머물러<br>기존 계약조차 바이어 확답없어 업계 발동동<br>"저가품 의존 수출구조 개선해야" 지적 잇따라



#1. 미국 LA에 자리한 유대인 섬유업체 LA패브릭(fabric)은 올초 한국 직물업체에 수입물량을 10% 줄인다고 통보했다. 연말 재고가 너무 많이 누적돼 재고물량이 소화될 때까지 당분간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설명이 덧붙여졌다. #2. 가정용 에어컨의 밸브 전문업체인 A사는 올들어 수출 오더가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경영위기에 직면했다. 미국의 주택경기가 악화되면서 에어컨 수요도 감소해 덩달아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예상은 했지만 미국 현지 바이어들이 (교역활동을) 움츠리는 폭이나 규모가 위험 수위다.” 서울경제와 KOTRA가 공동으로 긴급 점검한 주요국 바이어들의 동향은 한마디로 ‘의기소침’이었다. 특히 주력시장인 미주 지역의 경우 수입오더를 줄이는 품목이 갈수록 확대되는 양상이다. 심지어 기존의 수출입 계약조차 이행하지 못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KOTRA의 한 관계자는 “미국발 경기침체가 전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라며 “지금은 미주 지역에 국한돼 있지만 현재 추세대로라면 조만간 여타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우려했다. ◇미주 지역 수출감소 가시화=올초 미주 지역에서 고전하고 있는 수출품목은 직물ㆍ의류제품. 현지 바이어들의 수입오더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20%가량 줄어들었다. 또 현지 수요 감소로 가전이나 건축자재도 10% 안팎의 수출 차질을 보이고 있어 국내 수출업계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발 경기침체는 인근 국가인 멕시코에도 영향을 미쳐 전반적인 대멕시코 수출감소가 우려되고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 가방제품을 생산, 수출하는 T사는 지난해 10만달러 규모의 수출계약을 체결한 멕시코 바이어로부터 확답을 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박동형 멕시코시티 무역관장은 “미국 경기침체 여파로 달러화 대 페소화의 평가절하 현상이 두드러져 멕시코에 수입되는 미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강화됐다”면서 “기계류 등을 중심으로 한국 수출기업의 고전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여타 지역 확산 우려 높아=미주 지역을 제외한 유럽과 러시아ㆍ아시아ㆍ중남미 국가에서는 올초 한국산 제품의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한자릿수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 지난해 수출증가율(금액기준)과 비교할 때 큰 폭으로 줄어든 수준이어서 올해 수출업계에 먹구름을 예고하고 있다. 파리ㆍ프랑크푸르트무역관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전세계 경기침체 영향으로 현지 바이어들의 한국산 제품 수입오더는 올들어 각각 10% 이내의 증가율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지난해 대EU 수출증가율 13.7%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올해 최고의 경제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브라질에서도 올초 한국 제품의 수출 증가율이 한자릿수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나윤수 KOTRA 모스크바무역관장은 “글로벌 금융시장 냉각과 경기침체 여파가 러시아에서는 미진한 편이지만 이 같은 현상이 장기화할 경우 러시아의 경기위축으로 이어져 대외 수입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미 줄어든 곳도 눈에 띈다. 싱가포르 HL일렉트로닉스의 한 관계자는 “미국 경기침체가 전자산업의 위축으로 이어져 올해 싱가포르 수입물량이 지난해보다 15~20%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특히 메모리 분야의 수입감소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어찌 됐건 미주 지역을 제외한 여타 글로벌 시장은 지난해보다 못하다 해도 아직은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글로벌 경기 악화가 하반기까지 이어지면 미주 지역에서와 마찬가지로 교역축소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 경우 저가제품 수요가 늘면서 중국산 제품의 경쟁력은 높아지는 반면 한국산은 상대적으로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시장전문가들은 예상했다. ◇미래형 수출구조 갖춰야=올해 수출여건 악화가 예상되면서 저가형 단순제품에 의존해온 수출구조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국산 제품이 가격만으로 승부하기에는 시장여건이 너무나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줄어들면 중국이나 베트남 등 후발국의 제품이 인기를 끌 수밖에 없어 국산제품의 입지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따라서 해외 소비자들의 욕구를 리드하는 첨단제품을 앞세워 가격경쟁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수출시장 및 주력품목 다변화에 대한 주문도 나오고 있다. KOTRA는 수출기업이 중동의 자원보유국이나 신성장 국가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경선 KOTRA 글로벌코리아본부장은 “중동이나 아시아의 자원보유국의 파워가 커지고 있는 만큼 이들 지역에 관심을 갖고 진출해야 한다”면서 “수출구조도 기술이나 금융ㆍ프랜차이즈ㆍ물류 등 서비스 위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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