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스타워즈 시대 도래… 한국의 위상은?

위성기술만 보유한 초보 수준에 우주방위 개념도 없어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스타워즈 구상은 지난 1980년대의 냉전시기부터 나왔던 개념이다. 냉전이 종식되면서 이 같은 개념은 자취를 감추는 듯 했지만 지난해 1월, 그리고 올 들어 지난 2월 중국과 미국이 각각 자국의 기상위성과 첩보위성을 격추시키면서 주변국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일부에서는 스타워즈, 즉 별들의 전쟁은 상상의 산물이 아니라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항공우주기술과 방위를 하나로 연계해서 생각하는 항공우주방위사령부라는 개념조차 아직 논의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우리나라의 ‘우주권’이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총으로 날아오는 총알 맞히기 우주 상공에서 전투를 벌이는 우주 전투기, 지구를 침공하는 외계 생명체의 첨단 함선을 공략하기 위한 묘안, 우주에서 지구로 돌진하는 소행성을 파괴하기 위한 천체 파괴 프로젝트…. 이는 공상과학(SF) 영화에서 익히 보아온, 속칭 우주를 무대로 한 전쟁 장면들이다. 스타워즈, 즉 별들의 전쟁은 상상의 산물에 불과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스타워즈는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해 1월, 그리고 올 들어 지난 2월 중국과 미국이 각각 자국의 기상위상(FY-1C)과 첩보위성을 격추하면서 스타워즈 시대의 패권 경쟁이 본격화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우주 영역에서 전투를 벌이거나 위성을 견제한다는 스타워즈 구상은 1980년대의 냉전시기부터 나왔던 개념이다. 냉전이 종식되자 이 같은 개념은 자취를 감추는 듯 했지만 최근 중국과 미국이 자국의 위성을 요격한 것에 대해 주변국들은 잔뜩 긴장한 눈초리다. 중국과 미국은 “위성이 추락하면 위험물질이 지상에 떨어질 우려가 있다”는 점을 위성 격추의 이유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를 곧 대로 믿는 나라는 드물다. 중국과 미국 두 나라부터 상대국에 대해 “스타워즈를 대비한 군사실험”이라며 맹렬히 비난하고 있다. 우선 위성 요격 및 격추와 관련된 기술부터 살펴보자. 수백㎞의 상공에서 초속 8~10㎞의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 위성을 역시 초속 1~4㎞ 속도의 미사일을 쏘아서 떨어뜨리는 것은 목적을 불문하고 엄청난 기술임에 틀림없다. 마치 날아오는 총알을 총을 쏴서 맞히는 꼴이다. 미 국방부는 해군 순양함에서 SM-3 미사일을 사용, 첩보위성을 폭파시켰다. 미국으로서는 위성만큼 빠르게 날아오는 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한 미사일방어(MD)시스템을 실전에 적용할 수 있다는 효용성과 함께 자신감을 입증한 셈이다. 중국은 KT-1 고체로켓 추진 위성 발사체를 개조한 무기로 865㎞ 상공에서 돌고 있는 위성을 명중시켰다. 더구나 최근에는 레이저 광선으로 미국 정찰위성의 장애를 불러일으킨 것으로 알려지는 등 중국의 우주기술은 주변국을 날로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달 탐사 프로젝트 역시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과학적 탐구를 위한 프로젝트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여기에서 개발되는 기술이 언젠가는 우주 무기를 개발하는데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우주전쟁 시대에 얼마나 대비를 하고 있을까. 안타깝지만 우리나라는 위성 기술만 확보한 초보기술 수준일 뿐만 아니라 지구가 아닌 우주를 향해 내다봐야 한다는 인식 자체가 없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상공에서 우주전쟁이 터질 수 있다는 가능성은 아직도 ‘영화 속의 이야기’처럼 치부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위성 요격은 둘째 치고 한반도 상공에 어떤 위성이 돌고 있는지조차 감시하는 시스템이 없다. 미국의 경우에는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의 위성추적시스템이 상용과 군용을 가리지 않고 위성은 물론 위성의 파편 등 지구 상공을 떠도는 일정 크기 이상의 모든 물체를 추적, 감시하고 있다. NORAD가 공개한 정보를 보면 이미 수명을 다해 수 년 전 교신이 두절된 우리별 1호, 2호, 3호가 지금 어디를 돌고 있는지도 알 수 있다. 미국에 의존해 연락 두절된 옛 위성을 찾아보는 것은 가능하지만 ‘어느 나라의 첩보위성이 한반도 상공을 언제 통과 하는가’와 같은 정보는 공개되지 않는다. 국가방위 측면에서 우리는 우리나라의 상공을 방치해두고 있는 셈이다. 항공우주기술과 방위를 하나로 연계해서 생각하는 ‘항공우주방위사령부’라는 개념조차 아직 진지하게 논의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우리나라의 ‘우주권’이 방치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소행성 추적과 위성 추적 물론 우리나라에 위성 감시기술이 전무한 것은 아니다. 지난 2월 한국천문연구원의 문홍규 박사팀은 고장이 나서 요격을 눈앞에 둔 미국의 첩보위성(USA-193)을 포착,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 문 박사팀이 이 위성을 촬영할 수 있었던 것은 지구 충돌 위험이 있는 소행성을 추적 감시하는 시스템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영화 ‘딥 임팩트’나 ‘아마겟돈’을 통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것처럼 전 지구적 재앙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 즉 지구근접 천체를 조기 발견하기 위한 것으로 세계 각국이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은 2000년부터 소행성 탐색 연구를 추진했고, 2002년부터 연세대와 함께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호주 등에 무인관측소를 세워 시스템을 갖춰왔다. 연구팀은 해외의 무인관측소와 대덕관측소의 0.6m 크기 광시야망원경을 활용, 지구로 접근하는 소행성과 혜성을 발굴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망원경의 구경은 크지 않지만 지구근접 천체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시야가 넓은 망원경을 활용, 하늘을 빠른 속도로 훑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지구로 다가오는 천체를 찾기 위해서는 멀리 있는 별들을 배경으로 놓고 보았을 때 혼자 따로 움직이는 천체를 찾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소행성 추적 기술은 위성 추적에도 그대로 적용이 가능하다. 위성 역시 밤하늘에 떠 있는 별들의 움직임과는 다른 궤도를 그리며 돌기 때문이다. 한국천문연구원의 박영득·임홍서·윤요나 박사팀은 지난해 우리나라 지상에서 관측 가능한 상공에 상주하는 고궤도 정지위성이 총 96개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위성감시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우리나라로서는 한반도 상공에 위치한 정지위성의 숫자를 처음으로 확인하고 촬영한 것이다. 96개의 정지위성은 대부분 방송통신위성, 지구위치측정시스템(GPS)위성, 기상관측위성 등으로 일본의 위성이 21기로 가장 많고, 중국 18기, 러시아 15기, 미국 13기 등인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나라의 정지위성은 무궁화 2·3·5호로 3기에 불과한데, 정지위성이 점유할 수 있는 자리는 제한돼 있는 탓에 서울이 위치한 경도(동경 126.3도)보다 서쪽으로 한참 치우친 동경 113도와 116도에 떠있다. 첩보위성까지 감시하려면 하지만 안보상 더 중요한 저궤도 위성의 추적 감시는 훨씬 어렵다. 통상 첩보위성은 지표면에 대한 정밀한 사진을 얻기 위해 정지위성이 떠있는 고도 3만6,000km보다 훨씬 낮은 궤도(수백 ㎞)를 빠른 속도로 공전한다. 이 때문에 지구자전 속도에 맞춰 별에 시선을 고정하는 느린 광학망원경으로는 아예 촬영이 불가능하다. 즉 별을 관측하는 광학망원경의 부수적인 용도로서가 아니라 위성을 따라잡을 만큼 고속으로 움직이면서 촬영할 수 있는 전용 망원경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국천문연구원이 기존의 광학망원경을 이용해 추락중인 미국의 첩보위성과 한반도 상공의 정지궤도 위성을 촬영하기는 했지만 궤도 정보가 어느 정도 알려지지 않았다면 찾기 어려웠을 것이다. 고속망원경과 함께 요격이 가능할 만큼 정밀하게 위성 위치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레이저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 지상에서 위성을 향해 레이저를 발사하고 위성에 반사된 레이저 빛이 다시 지상으로 되돌아오는 시간을 계산하면 위성까지의 거리를 ㎜ 단위까지 알아낼 수 있다. 방향까지 계산해 3차원 공간의 위치를 알아내는 데도 수㎝의 오차밖에는 나지 않는다. 이처럼 고속망원경과 레이저 기술을 결합한 위성감시시스템이 바로 레이저위성추적시스템(SLR·Satellite Laser Ranging)이다. 한국천문연구원은 SLR에 대한 기본설계를 마치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의 SLR 시스템 계획은 5초 만에 100도 범위의 하늘을 촬영할 수 있고, 위성까지의 거리를 ㎜ 범위 내에서 측정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우주에 시선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이제부터다. 우리나라 위성 개발의 역사는 불과 20년이 채 안 됐고, 첩보위성은 아직도 보유하지 못해 북 핵 사태와 같은 중요 고비마다 정보력의 한계를 한탄해야 했다. 지난해 국방부 발표에 따르면 2011년에야 군사 첩보위성으로 활용할 수 있는 다목적 실용위성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발사체 기술은 더욱 초보적이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모든 위성을 남의 발사체를 빌려 궤도에 쏘아 올렸다. 올해에야 처음으로 러시아와 협력해 발사체 KSLV-1을 개발, 과학위성을 쏘아 올린다는 계획이다. 국가방위를 염두에 두고 우주를 바라보게 된 것도 이제부터다. 국방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5년까지 민군이 협력해 인공위성추적체계를 갖추고, 2025년부터 공중과 우주에 레이저 무기를 배치할 계획이다. 이 같은 우주 경쟁력이야말로 다음 세대 국력의 잣대가 될지 모른다. ● 정지위성, 실용위성, 첩보위성의 차이 인공위성은 크기에 따라 대형, 중형, 소형으로 나뉜다. 또한 지구를 공전하는 궤도의 높이에 따라 저궤도, 중궤도, 정지궤도 위성으로 나뉜다. 방송통신위성, 첩보위성, 실용위성, 과학위성, 기상관측위성 등은 말 그대로 용도에 따른 것인데 이 같은 용도는 위성의 고도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가장 많이 사용되고, 따라서 전체 위성 중 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방송통신위성이다. 우리가 위성TV를 보고,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는 것도 방송통신위성 덕분이다. 방송통신위성은 하루 24시간, 그리고 1년 내내 지상국과 교신이 돼야 하기 때문에 지상에서 보기에는 하늘의 한 자리에 머문다. 그래서 정지궤도 위성이라고 불린다. 다시 말해 정지위성이란 지구의 자전속도와 똑 같은 속도로(물론 방향도 같다) 지구를 공전하는 것을 말한다. 이 공전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구의 적도면에서 3만6,000㎞나 올라간 고도에 위성을 안착시켜야 한다. 3만6,000㎞보다 낮은 궤도에서는 위성이 지구의 자전속도보다 빨리 돌기 때문에 지상에서 보면 위성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반대로 고도 3만6,000㎞를 넘어서면 지구의 중력권에서 벗어나 위성은 우주로 날아가 버리고 만다. 하루에도 몇 바퀴씩 지구를 돌면서 세계 곳곳을 지켜보고 촬영하는 첩보위성은 통상 500㎞ 안팎의 낮은 고도에 있는 저궤도 위성이다. 불과 300㎞ 밖에 안 되는 고도를 돌기도 하는데, 지표면에 가까울수록 더 자세한 사진을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도가 낮을수록 대기밀도가 높아 마찰이 일어나고, 이로 인해 고도 유지가 어렵다. 물론 자세한 촬영을 위해 일부러 고도를 낮추는 경우도 있지만, 떨어진 고도를 다시 올리기 위해 추진체를 부착하기 때문에 연료 소모도 크다. 이 때문에 첩보위성은 연료를 많이 넣어 덩치는 큰 반면 수명은 짧은 것이 보통이다.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지역을 포착하려면 첩보위성 카메라의 해상도 역시 중요하다. 하지만 첩보위성을 다수 가동해 지구상 어느 곳에서도 첩보위성의 시야에서 벗어날 수 없어야 한다. 현재 100분마다 지구를 돌고 있는 우리나라의 아리랑2호는 실용위성이다. 재난감시, 지리정보시스템 구축지원, 지도제작 등 다양한 실용적 용도가 목적이며 고도 685㎞에서 하루에 14바퀴 지구를 돈다. 아리랑2호는 한강다리 위를 지나는 자동차 종류를 분간할 정도의 고해상도(해상도 1m) 카메라를 탑재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06년 북 핵 실험 파동 당시 “북 핵 실험 정황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를 제대로 수집하지 못했다”고 맹비난을 받았다. 그 이유는 좋은 카메라만 달았다고 첩보위성이 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아리랑2호는 하루 2~3차례 한반도 상공을 지나지만 특정 지역을 정확히 찍을 수 있는 기회는 하루~이틀에 한 번 꼴이다. 아리랑2호 1기만으로는 원하는 촬영 시간을 맞추기 어렵고, 촬영 목표지를 지날 때 구름이 끼어 있으면 속수무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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