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삼성 사상최대 R&D 투자 내용과 의미

삼성이 그룹 창업 이래 최대규모의 연구개발(R&D) 투자계획을 내놓으면서 '기술 준비경영' 방침을 선언했다. 오는 2010년까지 5년간 R&D에만 47조원을 투자해 전자.기계.화학분야의 '차세대 성장엔진'에 집중 투자하고 연구인력도 매년 6천명씩 모두 3만명을 충원해 차세대 기술혁신 역량과 원천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이 투자규모에 대해 삼성은 최근 몇년간 연평균 투자액에 비해 3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이며 마이크로소프트(MS)나 IBM, 마쓰시타, 노키아 등 세계 유수의 기업들과 견줄만한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이와 같은 R&D 투자가 마무리되는 5년 뒤에는 '차세대 성장엔진' 중심으로 '캐시 카우(수익 창출원)' 역할을 하게 될 세계 1위 상품이 현재의 21개에서 50개로 크게 늘어나고 이에 따라 매출액 270조원, 세전이익 30조원이라는 비전이 현실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R&D 투자 어디에 집중되나 = 지난 3일 삼성전자 '애널리스트 데이' 행사 때발표된 것과 마찬가지로 8일 공개된 삼성의 R&D 투자계획 역시 기존의 1위 자리는확고히 지키며 1위 도약 가능성이 있는 제품 역시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선두를 차지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과 병행해 당장 수익성은 없더라도 장래성이 큰 품목에 대한 투자도 등한시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전자뿐만 아니라 기계와 화학 분야까지 망라한 이번 &D 투자계획 발표에서 '차세대 성장엔진'으로 삼성이 지목한 품목들은 ▲고용량 메모리 ▲차세대 디스플레이▲이동통신 ▲디지털 TV ▲차세대 프린터 ▲시스템 LSI ▲차세대 대용량 스토리지▲에어컨트롤 시스템 ▲에너지 ▲광원 ▲고부가 선박 ▲정밀광학기기 ▲전자재료 등이다. 이 가운데 특히 고용량 메모리와 디스플레이, 이동통신, 디지털 TV 등 이미 세계 선두권에 진입한 사업에 대해서는 2010년까지 현재의 위치를 더욱 확고히 다져나가도록 집중육성한다는 방침은 '애널리스트 데이'에서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밝힌 것과 같다. 에너지와 광원의 경우 2010년 이후 성장 모멘텀을 제공할 유망사업으로 삼성은보고 있다. 전지의 용량 및 광원분야의 환경유해물질 사용문제로 대체 시장의 급성장이 예상됨에 따라 높은 에너지 밀도와 긴 제품수명에 가격경쟁력을 갖춘 차세대에너지와 광원을 개발해 관련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표준화를 주도하는 것이 삼성의목표다. 조선에 관해서는 컨테이너선이나 크루즈선 등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사업영역을다각화한다는 전략을 마련했다. 특히 2010년까지 핵심기술을 개발해 연간 시장 규모가 100억달러에 이르고 연평균 5% 이상 성장하고 있는 크루즈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당면한 과제다. 이밖에 정밀 화학기기는 디지털 카메라용 LCD 등 핵심기술과 세계 수준의 초정밀 렌즈, 화상처리 기술 등을 확보할 방침이며 화학분야에서는 반도체용 나노소재와LCD, PDP, O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용 소재, 연료전지 소재 등 첨단 재료 분야의제품경쟁력 강화와 부품 국산화에 주력한다는 복안이다. ◇ 협력업체 동반성장과 산학협력도 지원 = 세계 제일의 기술력 확보에는 삼성스스로의 노력 못지 않게 협력업체들의 동반성장과 산학협력도 중요한만큼 이를 위해서도 투자를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우선 협력업체와의 '상생경영'을 위해 2010년까지 모두 1조2천억원을 지원키로했다. 내용을 세부적으로 보면 ▲국산화 개발, 품질.생산성 향상을 위한 설비투자에1조500억원 ▲협력회사 진단, 개선을 위한 전문가 조직 운영에 1천80억원 ▲교육을통한 협력업체 직원 육성에 320억원 등이다. 이밖에도 협력업체의 시설자금을 무이자로 지원하가나 환경안전 개선과 국산화및 신기술 개발, 정보화 시스템 구축 등을 포괄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를위해 '협력회사 지원센터'를 개설하는 한편 삼성전자가 지난해부터 실시하고 있는협력업체 지원 육성 프로그램을 계열사로 확대키로 했다. 또한 핵심기술의 원천이 되는 기초과학과 기반기술 확충을 위해 산학협력 및 연구개발에 4조원을 투입할 것이라고 삼성은 밝혔다. 삼성의 산학협력 지원은 기초과학 연구 및 기반시설 확충을 통한 국내대학의 경쟁력 강화 촉진, 산학 장학생과 이공계 학생의 기업인턴 연수과정 확대 등의 형태로실천될 예정이다. 국내 대학 지원 프로그램은 대학들의 연구개발 능력을 높이고 삼성은 기술에 대한 특허를 확보함으로써 '기술상생'을 구현토록 할 것이라고 삼성 관계자는 지적했다. ◇ 야심찬 투자계획의 배경 = 21세기 기업간 글로벌 기업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술 준비경영'이 절실하다고 삼성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60-70년대는 조립 및 생산효율을 중시하는 시대였고 80-90년대에는 개발 스피드와 품질개선에만 온 힘을 집중해왔다면 21세기에는 기술혁신 역량과 원천기술 확보가 기업 경쟁력의 관건이라는 문제인식에서 비롯된 판단이다. R&D 투자계획이 발표된 '2005 삼성기술전' 개막행사에서 이윤우 삼성그룹 기술총괄 부회장은 "21세기에는 혁신기술로 시장을 창출하고 주도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면서 "초일류 기업이라는 삼성의 분명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에 그룹의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X파일 사건'이나 지배구조를 둘러싼 논란 등으로 시달려온 삼성이 이처럼 원대한 비전을 들고 나온 데 대해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기업 본연의길을 꿋꿋이 가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표명했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받아들일 수도있다. 동시에 삼성의 '독주'를 둘러싼 사회 일각의 시선을 의식한 흔적도 감지된다.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이나 산학협력을 위한 거액의 투자에 대해 삼성은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해 협력업체의 수준 향상과 기초과학 및 기반기술의 개선이라는 '경제적 논리'로 설명하고 있지만 삼성의 무거운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에화답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재계 안팎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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