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직장인들이여, 사표 내는 걸 두려워 말라!"

자유로운 삶 사는 고수들의 얘기'방외지사'

콩나물 시루 같은 버스, 숨 막히는 도시의 빌딩숲, 탁한 공기와 뿌연 하늘, 사람들로 인한 스트레스와 오후만 되면 밀려 오는 졸음,쌓이는 담배꽁초와 늘어가는 술병들…. 직장인의 일반적인 삶의 모습이다. 다음날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똑같은 생활이 반복된다. 게다가 고용 없는 성장이니, 이태백ㆍ삼팔선ㆍ사오정ㆍ오륙도 같은 말들은 직장인들을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몬다. 조용헌(44) 원광대 동양학대학원 초빙교수가 지은 `방외지사(方外之士)-우리 시대 삶의 고수들(전 2권ㆍ정신세계원 펴냄)은 이렇듯 일상에 찌든 직장인들에게 `청량제'와 같은 역할을 하는 책이다. `방외지사'라는 제목은 `조직사회(方)를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걸으며 자유롭게사는 고수들'이라는 의미다. 언뜻 보면 무슨 무협소설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책은우리 사회에 실재하는 `방외지사' 13인의 삶을 소개하면서 `당신도 회사 때려치우고마음 내키는 대로 살아도 절대 굶어 죽지 않는다'며 일상에서 탈출하고픈 직장인들을 유혹한다. 박태후(50) 씨는 "죽기 전에 살고 싶은 대로 살고 싶다"며 20년 공무원 생활을접고 고향집으로 내려가 작은 수목원을 가꾸며 10년째 살고 있다. 현대판 `귀거래사(歸去來辭)'라고나 할까. 아내, 두 딸과 함께 생활하는 박씨는 매월 들어오는 130만 원의 연금만 가지고도 딸들의 등록금도 내고 적금도 넣고 충분히 생활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 100평정도의 텃밭만 있으면 4인 가족의 먹거리는 충분히 해결된다. 대개 아침과 저녁에 한 시간씩만 농사일을 하고 나머지는 맘대로 `논다'. 운동도 하고 집안 정원도 돌보고, 그림도 그리고…. 박씨는 "전원생활의 가장 큰 즐거움은 해가 중천에 뜬 시간까지도 방에서 뭉그적거리는 재미"라고 말한다. 잡지사 기자를 하다 사표 내고 달랑 300만 원만 가지고 무작정 지리산으로 뛰어든 시인 이원규(42) 씨는 `할리데이비슨'이라는 오토바이를 타고 전국을 떠도는, 그야말로 `백수'다. 돈이 떨어져도 이씨는 걱정이 없다. 때로는 놀러온 지인들이 돈을주고가고, 스님들도 가끔 라면이나 쌀을 넣어주고 간다. 정 어려우면 녹차 만드는 일 보조해주고 월 100만 원씩을 받고, 일당 10만 원인섬진강 올갱이 잡는 일도 하면 된다. 반면 소비하는 데는 월 50만 원이면 족하다. 이씨는 "서울에서 3억짜리 아파트 한 채 팔아서 내려오면 10년 이상 놀고 먹을 수있다"고 말한다. 손성구(44) 씨는 국내에서는 몇 안 되는 품명가(品茗家ㆍ차 감별하는 사람)다. 손씨는 차(茶)를 만져보거나 향기를 맡는 것으로 어느 지역에서 생산된 것인지, 차나무가 해발 몇 미터 정도의 높이에서 자랐는지, 차를 덖을 때 적당하게 덖었는지,차에 비료와 농약이 들어갔는지를 단숨에 안다. 대학 재학 시절 중국차를 마시고 차맛에 빠져든 뒤 20년 넘게 맛있는 차와 좋은물을 미친 듯이 쫓아다녔다. 예상 외로 서울 강남의 12평짜리 조그만 오피스텔에서사는 그를 `속세에서 차맛을 즐기고 사는 한량'이라고 저자는 소개한다. 윤명철(51) 씨는 세계적인 뗏목 탐험가다. 다만 동국대 사학과 겸임교수라는 속세의 직함이 있는 것이 다른 기인들과 다른 점이다. 그는 경험으로 `뗏목은 태풍에도 뒤집히지 않는다'는 철학을 터득했다. 1982년에 뗏목 탐험을 시작한 그는 이듬해에는 거제도-대마도-일본 오도열도로이어지는 대한해협 뗏목 학술 탐사를 마쳤고, 2003년에는 중국 저장(浙江)성에서 출발해 황해를 건너 인천에 도착, 인천에서 다시 제주도를 경유해 일본 규슈의 나루시마에 닿기도 했다. 윤씨는 "바다에 떠 있는 뗏목 위는 실존을 체험하기 가장 좋은 장소"라고 말한다. 망망대해 한가운데에 떠 있는 뗏목에 앉아 있다 보면 참선을 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는다는 것. 또 하늘의 별빛만 보이는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라면 더욱 좋다고덧붙인다. 이밖에 전국의 강들을 오로지 두 발로 걸어다닌 신정일 씨, 전남 곡성의 소목장(所木匠) 이정곤 씨, 여자의 몸으로 50년 동안 산 속에서 살며 화두를 잡았다는 대각심 스님 등의 소개된다. 책 속의 사진은 사진작가 김홍희(46) 씨가 맡았다. 각 권 240쪽 내외. 각 권 9천 원.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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