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증시는 방향을 종잡을 수 없다. 등골이 오싹하도록 급락하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급등하기도 한다. 지수그래프가 마치 커다란 톱니 모양으로 들쭉날쭉하다. 이런 증시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마음은 불안하기 그지없다. 올들어 몇차례 큰 폭의 하락을 겪으면서 지난 해와 같은 급등장세가 다시 연출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많이 수그러들었다. 1ㆍ4분기가 바닥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지만 미국, 중국 등 해외에서 타전되는 소식은 여전히 호재보다는 악재가 많다. 심지어는 커다란 호재가 될 것으로 기대됐던 외국발 소식에 증시가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시장은 여전히 호재에 둔감하고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또 최근 증시의 특징중 하나는 떨어질 때는 '와장창' 떨어지고 오를 때는 '찔끔' 오른다는 것이다. 올들어 설 연휴 이전까지 25거래일 중 코스피지수가 떨어진 날의 평균 하락 폭은 2.02%이지만 상승한 날은 평균적으로 1.28% 밖에 오르지 않았다. 코스닥지수도 마찬가지다. 하락한 날은 평균 2.37% 떨어진 반면 상승한 날은 1.26%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시장 접근을 조심스러워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증시가 떨어진다고 한탄만 할 수는 없다. 오히려 이를 이용해 돈을 벌 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눈치 빠른 투자자들은 지난 86년 거래가 중단된 후 22년 만인 지난 1월21일 재개된 한국증권금융의 대주거래제도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대주거래제도는 거래재개 후 7거래일 만에 누적 거래액이 100억원을 돌파했다. 대주거래 주식 수도 57만5,619주로 늘어났다. "투자위험 헤지 수단"… 143개 종목 가능
22년만에 재개…개인투자자에만 일단 허용
상반기 우리투자證등 증권사 15곳으로 확대
하락 예상 빗나가면 손실…무리한 투자 금물 대주제도는 개인 투자자들이 한국증권금융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증권사를 통해 빌려서 팔고 난 후 나중에 판 주식을 되사서 갚는 제도를 말한다. 특정 주식이 앞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서 판 후 주가가 떨어졌을 때 낮은 가격에 다시 사서 증권금융에 돌려주고, 투자자는 매매 차익을 얻을 수 있다. 특정 주식이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될 때 돈을 빌려 미리 주식을 사고 값이 올랐을 때 매도함으로써 그 차익을 얻는 신용융자의 반대 개념이다. 대주제도는 또 현재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을 매도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공매도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공매도는 제한적인 경우에만 허용되는 것과 달리 대주거래는 언제든지 이용이 가능하다. 다만, 완전한 공매도인 차익거래를 위한 공매도와 달리 '직전 체결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매도할 수 없다'는 호가가격 제한을 받는다. 한국증권금융 관계자는 "공정한 주식가격 형성을 위해 제한을 두고 있다"며 "기관 투자자에게는 허용되지 않으며 개인 투자자만 이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22년 만에 부활한 대주제도= 지난 86년 정부는 '증권시장 수급안정 방안' 중의 하나로 대주거래를 중단시켰다. 당시에는 융자담보주식 수가 부족해 인기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정부 정책이 시장 자율 규제를 권장하는 방향으로 바뀌면서 대주거래가 다시 등장하게 됐다. 이돈혁 증권금융 시장지원팀장은 "대주거래는 하락장에서 차익을 얻을 수 있는 투자 수단인 동시에 앞으로 주가 등락에 따른 투자위험을 헤지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도 있다"며 "선진국의 경우 대부분 신용융자와 주식대여 업무가 균형적으로 발전되어 있어 증권시장의 안정에 기여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예상과 달리 해당 종목이 상승하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도 주의사항으로 강조했다. 현재 대주거래는 개인투자자에게만 허용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외국인이나 기관 투자자들도 대주거래를 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될 전망이다. ◇143개 종목 대주 가능, 종목 수 더 늘어날 것= 현재 대주거래가 가능한 종목은 143개다. 현대중공업ㆍLG전자ㆍ삼성중공업ㆍ미래에셋증권ㆍ하이닉스ㆍ현대차 등 유가증권시장 거래 종목뿐 아니라 다음ㆍSK컴즈ㆍ포휴먼ㆍ에스에프에이ㆍ성광벤드 등 코스닥 종목도 다수 포함돼 있다. 증권금융에 따르면 대주거래 가능 종목은 증권금융이 보유한 신용융자 담보 주식 중에서 거래량이 풍부하고 신용도가 높은 우량주 중에서 선정됐다. 그리고 대주거래 대상 종목 수는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구체적인 기준을 살펴보면 ▦월평균 거래량이 총 상장주식 대비 비율 0.5%이상이면서 월평균 거래량이 5만주 이상인 종목 ▦담보주식 월평균 평가금액이 10억원 이상으로서 월평균 담보주식수가 1만주 이상인 종목 ▦3개 이상의 융자차주로부터 담보가 제공되고 있으면서 융자차주 증권회사의 융자 계좌수 합계가 10계좌 이상인 종목 ▦액면가 이상인 종목 등이다. 물론 우량주이지만 대주거래 대상에서 제외된 종목도 있다. 삼성전자ㆍ포스코ㆍSK텔레콤 등이 대표적이다. 이 종목들은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대표적인 우량주이지만 1주당 주식가격이 높고 가격 변동성이 적어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낮을 것이라는 점에서 리스트에서 일단 제외됐다. 빌려줄 만큼 많이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점도 선정에서 제외된 큰 이유다. 그러나 증권금융은 앞으로 보유 주식량 증가 여부에 따라 대주거래 종목으로 포함시킬 수 도 있다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경우 현재는 월평균 담보주식수 1만주를 충족시키지 못해 대주거래 대상 종목에서 제외돼 있지만 조만간 조건이 충족될 것으로 보여 거래 가능 종목에 포함될 전망이다. ◇하락 예상 빗나가면 손해, 유의해야=대주거래를 이용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증권금융과 거래 약정을 체결한 굿모닝신한ㆍ키움ㆍ현대증권에서 신용거래계좌를 개설한 후 이용하면 된다. 또 현재 3곳에 불과한 대주거래 가능 증권사가 상반기 중에는 우리투자ㆍ한국투자ㆍ하나대투ㆍ동양투자ㆍ미래에셋ㆍ신영ㆍSKㆍCJ투자ㆍ이트레이드ㆍ동부ㆍNH투자ㆍ한양증권 등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대주거래 이용시 별도의 수수료는 없다. 주식을 빌린 후 되갚아야 하는 기간은 기본적으로 60일이지만 업무 중개를 하는 증권사에 따라 좀 더 연장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개인투자자가 거래증권사를 통해 A사 주식 5,000주를 빌려 주당 1만원에 매도한 후 30일이 지난 A사 주식을 주당 9,000원에 매수해 되갚으면 이 투자자는 매매차익 500만원과 함께 매도대금 예치기간인 30일에 대한 이자 4만1,095원 정도를 받게 된다. 만약 빌려서 매도한 주식이 최종 상환일인 60일 내에 예상만큼 하락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상환 기간 연장 신청을 할 수 도 있다. 물론 신용융자거래와 마찬가지로 대주거래를 이용했을 때도 손해를 볼 수 있다. 하락을 예상하고 빌려 판 주식이 예상과 달리 상승한 경우엔 투자 손실을 입게 되므로 무리하게 대주를 하면 안된다. 이돈혁 증권금융 시장지원팀장은 "기본적으로 자금을 빌려 주는 신용융자업무와 주식을 빌려 주는 주식대여 업무를 동시에 시행하고 있다"며 "대주거래가 늘어나면 주식시장에서 신용융자로의 쏠림 현상을 완화시킬 수 있고 적절한 수급 조절을 통해 개별 종목 주가에도 안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팀장은 "각 증권사에서도 투자자별 대여한도와 종목별 대여한도 관리를 하고 있어 대주거래가 투기를 조장할 우려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