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정운찬 총리 내정자 경제 색깔은

재벌구조 비판·시장개입·구조개혁 통한 성장론 강조<br>MB정책과 다소 통하지만 속내는 부딪치는 부분 많아


“이명박 정부 2기 경제팀의 운명은 부실기업 구조조정과 부동산 버블 억제의 성패에 달렸습니다.” 지난 6월 정운찬 총리 내정자가 현 경제팀을 평가한 말이다. 경제학계에서 시장에 대한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케인스 학파’의 대표주자인 정 내정자의 경제관을 그대로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정 내정자는 경제학자로서는 조순 서울대 명예교수의 영향을 받으며 김중수 전 청와대경제수석, 이영선 한림대 총장, 박세일 서울대 교수 등과 조순학파의 계보를 잇는다. 이들은 재벌구조의 비판, 정부의 시장개입, 구조개혁 등을 통한 경제성장론을 강조한다. 정 내정자가 내정된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도 밝혔듯 그의 경제관은 언뜻 보면 성장론에 기반한 이명박 정부의 경제철학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정 내정자의 경제관은 기업 프렌들리 정책 등 초기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과는 맞지 않는다. 재벌구조에 대해 강한 비판을 하며 구조조정을 강조해온 정 내정자 입장에서 이명박 정부 초기 기업 감싸기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다. 인사청문회도 열기 전에 야당이 정 총리 내정에 대해 “한복 바지에 양복 상의를 입은 것과 같이 뭔가 어울리지 않는 결정”이라며 포문을 연 것도 정 내정자의 경제관과 이명박 정부의 경제철학이 부딪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정 내정자는 리먼브러더스 파산에 따른 금융위기가 아니었다고 해도 한국 경제가 어려움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속으로 곪고 있는 문제는 언젠가는 터진다는 말이다. 정 내정자는 외환위기 이후 급속하게 진행된 경제 양극화가 가계 부실로 이어졌고 중산층 붕괴로 나타나며 위기상황이 됐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하반기 경제회복에 대해서도 정 내정자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 내정자는 한국 경제는 어느 순간 대기업과 금융기관의 부실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이러한 경제상황 인식에서 경제총리로서 정 내정자는 평소의 소신대로 구조조정을 강하게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부실 금융기관에 대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의 칼을 들이댈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이명박 정부 정책의 핵심인 감세정책의 효과도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는 “감세를 통해 부자들이 지갑을 열어 소비를 하게 하면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는 생각인 것 같은 데 옳은 길이 아니라고 본다”며 “경제회복을 위해 무엇인가 해보겠다는 정부의 노력은 높이 평가하지만, 결국 소비증대 효과는 없는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정 내정자는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과 대기업의 은행 소유를 허용하는 금산분리 완화도 세계적인 추세와 맞지 않다며 반대의 뜻을 나타냈다. 경제활성화 조치는 기존 이명박 정부의 정책방향과 맥을 같이하는 부분도, 엇갈리는 부분도 있다. 내정 후 말을 아끼고 있지만 기본입장은 4대강 등 토목공사를 통한 경제활성화에 반대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토목공사 하면 성과가 금방 나니까 돈을 쓰려고 생각하겠지만 교육ㆍ관광ㆍ의료ㆍ보육에 돈을 써야 한다고 본다”고 꼬집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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