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에 사상 최대의 당기순이익을 올린 은행들이 대규모 흑자에 아랑곳하지 않고 허리띠를 더욱 졸라 매고 있다.
은행들은 경기침체 장기화와 소비심리 침체 등으로 향후 경기전망이 불투명하다는 판단아래 경비절감을 통한 내실 다지기에 나서고 있다.
한미은행을 인수한 씨티은행이 올해 하반기부터 국내시장에 본격 진출할 경우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은행들의 `몸사리기'에 일조하고 있다.
30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내 최대은행인 국민은행[060000]은 김정태 행장이 지난3월 월례조회를 통해 일찌감치 `비상경영체제' 돌입을 선포하고 비용절감 운동을 벌이고 있다.
김 행장은 당시 영업과 무관한 부서는 경비와 업무 추진비를 절감하라고 지시하면서 "각 부서가 자율적으로 소모성 경비와 홍보비를 20∼30% 이상 줄이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은 본부 부서 및 영업점 업적평가에 경비절감 항목을 만들어각 부서가 불필요한 예산을 줄이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 국제유가 급등으로 영업점 등에서 운영하고 있는 차량유지비가 증가하는 것을 막기 위해 ▲경제속도 운행 ▲트렁크 짐 최소화 등 연료소비를 줄일 수 있는 절약운전 요령을 각 영업점에 내려보냈다.
국민은행은 이같은 비용절감 노력으로 올해 상반기에 판매관리비를 작년 동기보다 650억원, 4.8% 감축하는 효과를 거뒀다.
외환은행[004940]도 올해 상반기에 사적인 전화 안하기 운동을 펼쳐 전화비용을작년 동기 대비 약 16% 정도 절감했다.
외환은행은 임직원 연수 등을 통해서도 불필요한 차량운행 금지, 여름철 에너지관리 등과 같은 경비절감 방안에 대해 토론시간을 갖도록 함으로써 전직원이 자발적으로 비용절감에 동참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사무용품과 고객 사은품을 본부에서 한꺼번에 구매해 중복구매에 의한 낭비를 줄이고 주유전용 법인카드로 유류를 일괄 할인계약하는 등의 방법으로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조흥은행은 점심시간에 전등과 컴퓨터 등을 끄도록 하고, 사은품 본부 공동구매와 이면지 사용 등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하반기 경기전망이 불투명한데다 씨티은행의 본격적인 국내 시장 진출로 은행간 경쟁이 더욱 가열될 가능성이 높아 은행들의 `짠돌이' 경영이 지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현영복.고준구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