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 기관수요예측에 최소 300조원 이상의 돈이 몰렸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기관수요예측 마지막 날인 이날 오전까지 약 300조원의 기관자금이 몰린 것으로 확인됐다.
기관수요예측은 마감 시간 직전에 자금이 몰리기 때문에 이를 감안하면 지난 10월29~30일 실시했던 삼성SDS의 기관수요예측에 몰렸던 기관자금 4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되는대로 주문을 냈는데 공모주 물량을 거의 못 받을 상황이어서 상장하면 비싸더라도 시장에서 사야 할 형편"이라며 "국민연금 등 받으려는 곳이 많이 몰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투자협회의 기관투자가 대리청약 금지 방침에 국민연금 등 연기금 위탁운용사들은 이날 기관수요예측에는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기금 위탁 자산운용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금투협의 규정을 어길 경우 과징금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매니저들 사이에 수요예측에 참여하지 않는 편이 낫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사학연금·공무원연금 등 3대 연금과 대형 공제회들이 이날 위탁 자산운용사에 "신의성실의 의무를 다해 이번 제일모직 수요예측에 참여할지 여부를 자율적으로 판단하라"는 메시지를 보내며 청약에 참여하라고 압박했지만 결국 무산된 것이다.
연기금들은 이번 제일모직 청약에 위탁자산이 참여하지 못할 경우 앞으로 이어질 대형 공모주 청약에서도 원하는 물량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국내 주요 연기금 관계자는 "금투협이 삼성SDS 청약을 할 때는 아무런 문제를 삼지 않았다가 이번 제일모직 청약에서만 대리청약 문제를 들고 나와 청약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이번에 제일모직 청약에 위탁자산이 들어가지 못하면 향후 공모주 시장의 열기가 식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만약 제일모직 대표주관사인 KDB대우증권이 수요예측에 참여한 위탁운용사에 제일모직 공모주를 배정하지 않는다면 페널티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기금들이 강력한 대응방안을 내놓자 제일모직 대표주관사인 KDB대우증권도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이번 제일모직 상장이 중요하긴 하지만 연기금과의 거래가 많은 상황에서 이번 일로 향후 불이익을 받는다면 더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KDB대우증권 관계자는 "증권사는 금융투자업계의 규정을 지켜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에 그것을 이행할 뿐인데 주요 고객인 연기금의 불만이 커지니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공모주 배정까지 남은 시간 동안 심도 있게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