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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삼성메디슨이 만든 의료기기에 '삼성' 로고를 붙이지 않아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3~1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KIMES 2014(국제의료기기ㆍ병원설비전시회)'에서 디지털 엑스레이,체외진단기 등 삼성 브랜드의 의료기기를 선보였다. 하지만 삼성메디슨이 개발한 초음파 진단기에는 '삼성'을 달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디지털 엑스레이와 체외진단기 등에 붙어있는 선명한 '삼성' 로고와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 전시회에서 삼성메디슨은 오는 5월 출시하는 산부인과용 프리미엄 초음파 진단기(UGEO WS80A)와 현장진단용 초음파 기기(UGEO PT60A) 등을 공개했다. 이 의료기기들 정면에는 아무런 로고가 없이 제품명만 붙어 있다. 옆부분에 작게 표시돼 있는 콜 센터 번호에서만 겨우 삼성 마크를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삼성전자가 의료기기 사업을 소홀히 해서 생긴 현상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의료기기를 신수종사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지난 2009년 의료기기사업팀을 신설한 뒤 2012년에는 의료기기사업부로 격상시켜 과감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조수인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장(사장)은 최근 "지난 2년간 기초 역량을 쌓아왔으니 올해부터는 매출이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지난 2011년 약 5,000억원을 투입해 삼성메디슨 지분 66%를 획득, 최대주주에 오른 삼성전자가 이처럼 메디슨 제품에 '삼성' 로고를 내주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기존부터 했거나 의료기기 사업부에서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제품은 삼성 브랜드가 붙는다"면서 "삼성메디슨은 브랜드 통합과정에 있으며 검토작업 단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3년이 넘도록 아직도 브랜드 통합과정에 있다는 해명은 합리적인 이유가 못 된다는 게 의료기기 업계의 시각이다. 그보다는 삼성이 추구하는 세계 일류 수준에 메디슨 제품이 아직도 올라서지 못한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대개 규모가 큰 A기업이 벤처와 같이 브랜드가 약한 B기업을 인수합병(M&A) 하는 경우 일정 기간은 B브랜드를 쓰다 A브랜드로 전환한다"며 "자칫 기존 브랜드를 훼손하거나 시장에서 혼돈을 줄 수 있기 때문인데 두 브랜드 모두 사용하지 않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지적했다.
삼성메디슨 관계자들은 "품질 문제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말도 안된다며 펄쩍 뛰고 있다. 그보다는 삼성전자가 삼성메디슨을 부당하게 '서자' 취급을 하고 있다며 볼멘 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관계자는 "벤처가 모태인 삼성메디슨을 '삼성'으로 인정해주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삼성메디슨으로 간판을 바꾼 뒤 처우에 불만을 품고 떠난 메디슨 출신 임직원들이 한둘이 아니다. 기존 인센티브 시스템을 바꾸면서 영업사원들의 불만도 높아졌다. 물론 자유롭고 개방적인 문화를 가진 메디슨 직원들이 성과 중심의 까다로운 삼성의 경영관리에 적응하지 못한 측면도 엿보인다. 익명의 관계자는 "삼성메디슨 연봉은 삼성전자의 80%를 넘을 수 없을 정도"라며 "상이한 조직문화로 인한 갈등은 삼성의 인지도에 메디슨의 기술력과 이미지가 결합돼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라는 기대를 저버리게 만들었다"고 토로했다.
사정이 이렇자 삼성메디슨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의료기기 영역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서면 삼성메디슨 기존 멤버들이 '팽'당할 것이란 루머마저 돌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삼성전자는 삼성메디슨 해외법인을 모두 정리하고 현지 법인에 편입시킨 바 있다. 다른 관계자는 "벤처기업을 인수한 뒤 제대로 관리 못하는 문제점을 노출시키지 말고 의료기기 사업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잘 융합해 정체된 실적을 개선시켜야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