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정책금융이 민간 부문의 시장 실패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경제의 지속가능성장을 제약해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정책금융이 무리하게 시장에 개입할 경우 시장의 효율성을 제약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동환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11일 ‘정책금융의 역할에 관한 소고(小考)’라는 보고서에서 그동안의 정책금융은 민간 경제주체의 기회주의적 행동과 위험 회피 성향으로 성장잠재력이 훼손되고 양극화 및 금융 소외 현상이 심해지는 시장 실패(dynamic market failure)를 간과해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기존 정책금융은 주로 구조ㆍ기능적 측면에서 시장을 정의하고 있어 환경 변화에 대응해 전략적으로 행동하는 민간 경제주체의 생생한 모습을 포착하기 어렵다”며 “이들 경제주체로 구성되는 현실적 시장의 문제점을 분석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기존 정책금융은 이 같은 시장 실패 문제를 도외시해 정부의 위기대처 능력을 떨어뜨렸다는 말이다. 이는 경제의 지속가능성장의 제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김 연구위원은 “정책금융의 역할은 시장 실패가 존재할 경우 산업정책 수행에 필요한 자금을 적재적소에 공급하는 데 있다”며 “산업정책의 근간이 바뀌면 시장을 통한 자원 배분 과정이 원활히 작동하도록 자금지원의 규모나 방법ㆍ대상 등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정책금융이 정부 실패(government failure)를 야기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정책금융이 특정 집단에 대한 편익의 제공 등 정치적 목적 때문에 존재한다는 견해에 따르면 정부의 시장 실패에 대한 대응력이 부족할 경우 정부의 시장 개입은 오히려 편익보다 비용이 커지는 정부 실패를 불러올 수 있다”며 “이는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사업이나 조직이 유지되고 특정 집단에만 유리한 사업이 수행되는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김 연구위원은 “정부 개입은 어디까지나 시장 실패를 보완하는 수준이어야 하며 무작정 시장에 개입하면 안 된다”며 “시장이 제 기능을 발휘해 정책금융의 존립 근거가 약해지면 공공 부문의 민영화가 필요하지만 공공 부문 활동의 냉정한 평가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을 규명하는 관행이 먼저 정착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