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공사는 상반기에 우리나라 최초 북극권 자원개발 사업인 캐나다 우미악과 웨스트컷뱅크 광구의 탐사 및 시추 작업을 전격 중단했고 석유공사도 최근 예맨 유전 탐사ㆍ개발 사업을 정리했다. 셰일가스 생산 등의 여파로 이들 사업의 수익성이 악화된 것이 일차적인 원인이기는 하지만 유망한 사업이라 해도 공기업들이 사업을 끌고 갈 여력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올 들어 정부 해외 자원개발 사업 지원 예산은 대폭 깎였고 내년에는 더욱 삭감될 분위기다. 석유공사ㆍ가스공사ㆍ광물자원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들의 올해 해외 자원개발 신규 진출 실적은 전무하며 지난 5년여간 힘들게 쌓아놓은 인적 네트워크마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자원개발 공기업의 한 고위 관계자는 "신중하게 투자하고 끈기 있게 기다리는 것이 핵심인 자원개발 사업이 정권 입맛에 따라 좌지우지되고 있다"며 "경기가 침체된 지금이 오히려 투자 기회인데 분위기가 이러다 보니 투자 타이밍도 놓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초부터 정권 코드에 맞추기 위해 해외 자원 개발을 구조 조정하겠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하고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이명박 정부 시절 진행된 일부 자원개발 사업이 상당한 무리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전 정부와의 차별화에 지나치게 집착해 너무 요란하게 구조조정을 진행한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실제 석유공사ㆍ가스공사 등 자원개발 공기업들은 새 정부 코드에 맞춰 일부 사업을 매각하기 위해 해외 시장에 의사를 타진했으나 마땅한 매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해외 메이저들 사이에서 한국이 자원개발 사업을 구조조정한다는 소문이 쫙 퍼졌는데 좋은 값에 고분고분 사갈 리가 없다"며 "정부가 구조조정 성과를 내라고 독촉하면 공기업은 결국 사업성이 좋은 미래 사업을 팔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우리 해외자원개발 사업의 성지로 불리는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및 석유개발 사업과 관련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우리 정부는 올해 ▦UAE 원전 운영정비 및 지원계약 ▦3개 미개발 유전 개발 ▦10억배럴 이상 규모의 생산유전 참여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UAE 자원외교 네트워크가 약해졌고 정부의 자원개발에 대한 의지도 종잡을 수 없어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겠느냐는 것이다.
자원개발 분야의 한 전문가는 "셰일가스 여파로 기존 해외 자원개발 사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셰일가스가 기존의 전통 자원을 결코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지금 투자해도 10년이 지나야 결실을 맺을 수 있는 사업들이 수두룩한데 알짜 매물을 보면서도 아무도 사업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