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재계의 속내가 드러난 것은 정부의 투자확대 압박에 관해서다. 재계의 입장은 "투자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기회의 문제다. 기회가 있으면 (투자를) 하지 말라고 해도 한다"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의 말에 함축돼 있다. 박 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규제혁파에 대해 "일 벌이는 걸 막는 사전규제는 과감하게 한번에 덜어내야 한다"고 역설했고 노동 이슈에 대해서도 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정년연장 등 하나하나가 다 임팩트(충격)가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과세와 규제·노동쟁의 등 불편한 여건 속에 기업의 투자기회가 손상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국내 대기업을 상대로 진행한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정부와 지자체·국회 등의 규제로 무산되거나 차질을 빚은 국내투자 규모가 2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부메탈의 강원도 동해 화력발전소 사업과 대한항공의 경복궁 옆 7성급 한옥호텔 사업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의료관광이나 전시산업, 산악 비즈니스 등 유망 서비스 산업도 복잡한 규제 메커니즘에 막혀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사내유보에 대해 과세를 거론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을 뿐이다.
지금 글로벌 비즈니스의 트렌드는 융복합이다. 구글이 자동차를 만들고 아마존이 비행기 회사로 변모하고 있다. 그러나 규제장벽이 높은 대한민국에서는 그런 비즈니스 기회를 좀처럼 갖기 어렵다. 한국으로 유입되는 외국인직접투자(FDI)가 2012년 기준 99억달러로 터키(124억달러)보다 낮을 정도다. 외국인 눈에도 투자기회가 보이지 않는 판에 어떻게 우리 기업에만 투자의지를 불태우라고 압박할 수 있겠는가.